[사설]'엉뚱한 국회'와 '놀러가는 의원'

  • 입력 2002년 7월 17일 18시 39분


국회의원의 외교활동은 국익 차원에서 장려할 일이다. 외유(外遊) 또한 식견을 넓히고 국제적 인식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그러나 겉으로는 해외 외교활동을 한다면서 실제는 관광이나 즐겨서야 유권자인 국민을 속이고 혈세를 낭비하는 짓이다. 국회가 열려 있는 때에 무더기로 외유에 나서는 것 또한 의원의 본분을 망각한 처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15대 국회의원 외교활동보고서’를 분석한 내용을 보면 아직도 우리 국회의원 수준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나 싶어 한숨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 그들은 해외시찰을 한다면서 평균 일정 12일 중 외교활동은 4일 하고 5일은 관광으로 보냈다. 친선협회 활동은 더욱 심해 3일 일하고 7일은 놀았다. 심지어 18일간의 해외방문에 공식일정은 2일간 두 나라 방문이 고작이고 나머지 기간에는 여섯 나라를 둘러보는 노골적 관광외유도 버젓이 끼어 있다.

국회는 그동안 국회의원의 외교활동이 공개되면 외교관계 등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의원들의 외교활동 현황을 공개하지 않았다. 결국 몰염치한 관광외유 등 의원들의 치부(恥部)를 감추려 한 셈이다. 16대 국회인 지금도 7월 임시국회가 열리자마자 50여명의 의원들이 줄줄이 외유에 나섰다. 이들의 해외활동보고는 당연히 공개 검증되어야 하고 ‘관광성 외유’에는 적절한 문책이 따라야 할 것이다.

상당수 의원들이 그 본분을 다하지 않고 있는 터에 국회가 500억원 이상을 들여 제2 의원회관을 건립하겠다는 것은 한마디로 엉뚱한 소리로 들린다. 의원 수는 과거보다 26명이나 줄어들었는데 새삼스레 공간이 협소해 새 건물을 짓겠다고 해서야 국민이 납득할 리 만무하다. 국민에게 물어보지도 않은 국회의 새 의원회관 건립 계획은 당장 철회되어야 한다. ‘사무실이 비좁아 걸핏하면 관광외유를 떠나느냐’는 국민의 분노가 터져 나올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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