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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7월 16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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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는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86조1항)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87조1항)는 내용이 명기되어 있다. 이는 총리임명에 국민의 의사를 수렴하고 자칫 비대해질지도 모르는 대통령의 권한을 견제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노태우(盧泰愚) 정부시절 야당총재로서 이들 헌법조항을 들어가며 당시 강영훈(姜英勳) 정원식(鄭元植)씨의 총리서리제가 위헌이라는 점을 앞장서서 강조했었다. 김영삼(金泳三) 정부시절엔 위헌소지를 피해가기 위해 아예 총리서리를 임명하지 않았다. 이런 마당에 김대중 정부 들어 김종필(金鍾泌) 이한동(李漢東) 전 총리들에 이어 이번에 또다시 총리서리가 임명됐으니 그런 이율배반도 없다. 아무리 관행이라도 잘못된 것이라면 고쳐야 한다.
물러가는 이한동 총리가 제청하는 형식만 거쳐 새 장관들을 임명한 것도 헌법정신을 위배한 것이다. 청와대가 적어 보낸 명단 그대로 국무총리가 내각 구성을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이 형식적인 절차에 대해서 이제는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아울러 새로 들어선 총리(서리)도 모르게 그가 함께할 장관들을 임명하는 것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인사청문회법이 처음 적용되는 이번 경우 법정신에 충실하기 위해서도 국회동의를 얻을 때까지는 총리내정자 신분을 유지하도록 해야 옳았다. 정치권은 장 총리서리 개인에 대한 검증과는 별도로 다시는 시비가 생기지 않도록 ‘서리제’를 이번 기회에 매듭을 지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법적 장치라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헌법의 기본질서를 둘러싼 해묵은 시비 하나 제대로 가리지 못한 채 새로운 정치를 논할 수는 없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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