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마침내 ‘더 락’이 WWE로 돌아왔다

  • 입력 2002년 7월 15일 15시 10분


▼마침내 ‘더 락’이 WWE로 돌아왔다 : WWE의 추락과 ‘더 락’의 복귀

내가 레슬매니아13에서 ‘더 락(The Rock)’을 처음 보았을 때, 적어도 나의 눈에는 그가 그냥 인터컨티넨탈 타이틀을 놓고 싸우는 중간급 정도의 선수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당시에 ‘록키 마이비아’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었다. 적지 않은 프로레슬러들이 미식축구 선수 출신인데, 더 락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모두 레슬러 출신이었던 그는, 대학에 들어가 자신의 미식축구 팀을 NCAA 내셔널 챔피언 자리에까지 올려놓았지만, 부상으로 인해 미식축구 선수 생활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1994년, 그의 몸 속에 흐르던 프로레슬러 가문의 피는 그로 하여금 USWA에 데뷔하게 했고, 거기에서 ‘플렉스 캐버너’라는 이름으로 활약하면서 USWA 태그 팀 타이틀을 두 차례나 획득했다.

승승장구하던 더 락은 WWF로 자리를 옮긴 뒤, 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스스로를 ‘록키 마이비아’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24세의 젊은 나이로 WWF 인터컨티넨탈 타이틀을 얻었는데, 그를 단순한 중간급 레슬러로 보았던 것은 내가 그를 너무나 과소평가했던 것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후의 활약상은 독자 여러분들도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백인도 아니면서 인종차별의 장벽을 뚫고 너무나 젊은 나이에 인터컨티넨탈 챔피언 자리에 오른 신참 선수… 너무나 젊은 선수였기 때문에 WWF가 부담을 느꼈는지는 몰라도, WWF는 그를 악역으로 변신시키고 훗날을 모색하였지만, 그는 그 이후에도 놀라운 활약을 보여주며 일약 슈퍼스타로 성장한다. 더 락은 무려 6차례나 WWF 세계 챔피언에 올랐고, 이는 지금까지 WWE 역사상 최다 타이틀 획득 기록을 이루고 있다. 이제 더 락은 프로레슬러로서는 물론 영화배우로서도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거대한 인물이 되었다.

▼제2의 아놀드 슈왈츠네거: 본업 2개가 공존하다

얼마 전 개봉된 ‘스콜피온 킹’ 영화의 포스터를 보면 반가운 이름이 많이 실려있었을 것이다. 더 락, 빈스 맥마한, WWF 엔터테인먼트 등 우리 레슬링 팬에게는 익숙한 이름이 우리 말로 번역되어 홍보용 포스터에 당당히 올라 있었던 것이다. 더 락은 작년에 미국에서만 2억 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린 ‘미이라 2’에 ‘스콜피온 킹’으로 출연해 높은 점수를 얻었다. 아놀드 슈월츠네거가 스스로 더 락을 ‘근육과 액션 뿐 아니라 연기력까지 갖춘, 장래가 촉망되는 대목(大木)’이라 칭찬했으니, 더 락은 이 ‘미이라 2’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영화계에 굳건히 알린 셈이 됐다.

이 ‘미이라’ 시리즈를 만들어 내놓았던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더 락의 활약에 깊은 감명을 받고는 이번에는 그를 주연급으로 출연시키기로 결정했다. 프로레슬링계에서 데뷔하자마자 일약 명성을 날렸던 것과 마찬가지로, 영화계에서도 ‘미이라 2’에서의 대사도 별로 없는 역할을 맡아 영화를 흥행으로 이끌며 그 속편의 주연까지 따내었던 것이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스티븐 소머즈 감독은 ‘미이라 2’에 등장한 '스콜피온 킹'을 소재로 영화를 하나 더 만들기로 하고, WWF 엔터테인먼트와 공동으로 이 영화의 제작에 착수했다. WWF로서도 소속 선수의 명성을 세계적으로 높임으로써 자기 회사의 상품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었고, 더 락 역시 WWF 챔피언 벨트를 거머쥐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흥분했다고 한다. 더 락은 "난 정말로 흥분했다. ‘미이라 2’에서 내 자신의 배우로서의 가능성에 대해 자신감을 가졌다. 그리고 내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깨달은 듯 했다. 이젠 '더 락'은 링에서 그러했듯이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라고 한 인터뷰에서 밝히면서 링을 넘어서 스크린에도 도전장을 던졌다.

이제 막 30대에 접어든 더 락은 ‘스콜피온 킹’ 촬영 중 단 한 번의 스턴트 촬영도 없이 그 위험한 장면들을 직접 연기해냈다. ‘스콜피온 킹’은 미국에서도 대성공을 거두었고, 우리 나라에서도 꽤 오랫 동안 스크린을 점령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어냈다. 이렇게 되자 할리우드를 움직이는 핵심 인사들도 더 락을 단지 레슬러로서만 보지는 않게 되었다. ‘스콜피온 킹’을 촬영하던 당시에만 해도, 더 락의 본업은 프로레슬러, 부업이 영화 배우였지만, 이제 그는 프로레슬러와 영화 배우 모두를 ‘본업’으로 삼고 있는 재능 있는 사람이 되었다. 할리우드는 ‘더 락’이라는 ‘이미 알려진 이름’을 할리우드 액션 스타의 이미지와 연결시킴으로써 일단 어느 정도 ‘따고 들어가는’ 효과를 노리고 있으며, WWE에서의 인기와 할리우드의 인기를 결합시켜 영화의 흥행을 보장할 수 있는 보증수표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스콜피온 킹’의 흥행 성공에 따라 더 락에 대한 영화 출연 제의도 빗발치고 있었다. 영화 ‘엘도라도(Heldorado)’와 ‘스콜피온 킹 속편’ 등 두 편의 영화에 출연할 것으로 알려진 더 락은, 그 몸값만 해도 거의 1천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쯤 되면 WWE에서는 이제 이전과는 반대의 이유로 골치를 썩이게 된다. 더 락이 ‘스콜피온 킹’에 출연해 대성공을 거둠으로써 WWE의 인지도를 높인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더 락이 너무나 잘 나가게(?) 되면, 정작 그가 WWE 자체에서 활약할 시간과 기회는 줄어들기 마련이며, 때가 되면 언젠가 WWE를 떠나 스크린 활동에만 전념함으로써 ‘죽 쒀서 개 주는’ 상황을 연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침체 속 WWE의 고민: 더 락이 기대에 못 미쳤다.

그런 우려는 사실로 다가오고 있다.

더 락 정도의 카드라면, 특히 그가 오랫 동안 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상황이라면, 더 락을 언제 내보내도 WWE로서는 그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어느 정도 보장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 이미 작년 ‘미이라 2’의 촬영을 끝난 더 락이 WWF 텔레비전에 등장하였을 때, 그 시청률은 전주에 비해서 크게 올라갔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섬머 슬램을 앞두고 ‘스맥다운’에 더 락을 등장시킨 효과는 WWE를 실망시켰다. 침체에 허덕이고 있는 WWE로서는 당황스러운 일일 것임이 분명하다.

사실 WWE의 기대는 조금 지나친 것이었을 지도 모른다. 더 락은 이미 6월 15일 하와이에서 열린 하우스 쇼에 출전해 뜨거운 환영을 받으며 크리스 제리코와 좋은 경기를 보여줬다. 더 락은 경기 후 자신의 가족, 특히 할아버지 이야기를 하면서 눈시울을 적셨고, 이 모습은 팬들을 더욱 흥분시켰다고 한다. 또한 그는 최근 ‘킹 오브 더 링’이 열리기 이전 ‘로(Raw)’에서도 깜짝 출연한 바 있는데, 팬들은 그에게 환호했지만 다른 레슬러들은 안 좋은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고 한다. 깜짝 출연한 더 락은 “(WWE를) 좋아하든가, 아니면 여기를 떠나라”라고 백스테이지를 향해 외침으로써, 급여 삭감의 위기를 겪고 있는 다른 레슬러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바 있다.

스타급 레슬러들의 줄지은 부상, 그리고 팬들을 사로잡지 못하는 각본,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하여 비교적 침체기를 달리고 있는 WWE는, 더 락을 링에 복귀시켜 시청률 반전을 노리고 있었다. WWE는 더 락의 영화 촬영 일정을 고려해, 그를 일단 섬머 슬램 이전까지 ‘스맥다운’에서 지속 출전시킬 계획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더 락의 복귀는 그리 커다란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다. WWE는 스맥다운에서 더 락이 복귀할 것이라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까지 했지만, 입장권 판매 실적도 그리 좋지 않았으며, 시청률도 3.3으로 스맥다운 역사상 7번째로 낮게 나오는 등, 빈스 맥마한은 크게 실망했다. 이것은 작년 ‘로’에서 더 락이 ‘미이라 2’ 촬영을 마치고 복귀하였을 때 시청률이 일시적으로나마 크게 상승한 것과는 대조적인 일이었다. 작년과 올해의 더 락의 복귀 순간을 비교해 보면, 10대 시청자들의 시청률이 무려 52%나 감소했다고 하며, 20-40대의 시청률도 30% 이상 떨어졌다고 한다. 물론 이번에는 그가 ‘로’와 ‘킹 오브 더 링’에서 잠시 등장함으로써 ‘깜짝 출연’으로서의 의미가 많이 사라진 감이 없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황 속을 달리는 WWE가 기대했던 것이 거의 무산되었다는 사실은 WWE가 스타 선수의 복귀 이상의 커다란 조치를 취해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더 락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앞으로 찍게 될 두 편의 영화도 대성공으로 마무리된다면, 그는 WWE로서도 쉽게 움직일 수 없는 할리우드의 대스타가 되어 있을 것이다. 이미 영화계의 스타로 성장한 더 락을 이용해서 WWE는 시청률상의 반전을 노렸지만, 이것은 그가 바로 얼마 전에도 몇 번 WWE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볼 때 그렇게 커다란 변수는 아니었으며, WWE가 더 락 이외의 새로운 요소를 찾아내어 흥행을 노려야 한다는 현실만을 확인시켜 주었다. ‘더 락’이라는 카드가 장기적인 각본에서 어떻게 이용되고 어떠한 효과를 낼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 영화 촬영이 끝났을 때, 더 락은 이미 WWE의 손을 벗어나 있을 지도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원론적인 이야기이겠지만 더욱 참신한 소재를 찾아내는 것이 WWE의 살 길이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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