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완배/코스닥 비리 봐주자고?

  • 입력 2002년 7월 9일 18시 56분


올 들어서만 몇 번째의 ‘코스닥 비리’인지 모르겠다.

창투사 대표, 증권사 직원, 코스닥 등록기업 임원 등 27명이 주가를 조작하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로 7일 검찰에 붙잡혔다.

투자자들은 기업의 미래를 철석같이 믿고 투자했는데 기업 대표는 공금을 횡령하고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팔아치워 100억원대의 이익을 챙겼다. 비리를 저지른 이들은 법에 의해 처벌받겠지만 퇴직금과 생활비를 날린 개인투자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할 데도 없다.

지난해 말부터 잇따라 터진 코스닥 비리는 사실 모두 ‘옛날 이야기’다. 대부분의 비리가 코스닥이 기록적인 거품을 형성했던 2000년에 저질러졌다. 수사 결과가 최근 나오는 것일 뿐이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는 “요즘 코스닥은 과거와 다르다” “과거에 너무 얽매이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슬슬 나온다.

이번 비리가 발표된 직후 증권사 직원들은 기자에게 “이번 사건을 너무 크게 다루지 말아달라” “시장 분위기가 겨우 회복되고 있는 판에 왜 찬물을 끼얹으려 하느냐” “이제 언론도 코스닥을 아끼는 마음으로 돌봐 줄 때가 됐다”고 호소했다.

코스닥이 한국 증시와 경제에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아직 여섯살배기 어린 시장인 코스닥을 아끼고 돌봐야 한다는 데에도 동의한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제대로 코스닥을 아끼고 돌보느냐이다.

2년 전 비리는 절대 “옛날 일인데 뭐”라며 무시해도 좋을 만한 ‘먼 과거’가 아니다.

외국인투자자가 왜 코스닥 투자를 꺼리는지, ‘외국인은 코스닥을 시장으로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이 왜 정설처럼 굳어졌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하면 미래는 없다고 했다.

코스닥을 진정으로 아끼는 방법은 과거의 잘못을 관대하게 보아 넘기는 것이 아니다. 따가운 질책과 반성을 해야 제대로 된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완배 경제부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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