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군 ‘여중생 사고’ 원만한 처리를

  • 입력 2002년 6월 28일 18시 47분


꽃 같은 여중생 두 명이 미군 중장비 궤도차량에 치여 숨진 사고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사고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반미 감정이 확산된 시기에 일어나 자칫 미군과 주민들 사이의 감정 대립으로 확산될 소지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번 일이 한국 국민과 주한 미군간 갈등으로 비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고가 난 양주군을 비롯해 동두천 파주시 등 경기 북부지역에서는 좁은 지방도로를 달리는 미군 궤도차량에 의해 교통사고와 도로 파손이 잦다고 한다. 주민들은 미군 당국이 작전중 궤도차량이 이동할 때 마을길에 헌병을 배치하지 않아 사고를 예방하려는 노력에 소홀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특히 미군측이 사고후 한국 국민의 정서에 부합하는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는 주민들의 주장에 미 당국은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일부 시민단체와 대학생들이 항의집회를 벌이는 과정에서 미군부대 철조망을 절단기로 자르고 기지 내로 들어가려 한 것도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런 방식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미 2사단은 한국을 방위하는 유일한 전투사단이고 미군 기지도 한국의 군사시설보호법에 따라 보호를 받는다. 일부 시위대가 미군 기지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미군 병사 9명이 부상당했지만 더 이상 심각한 사태로 번지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고의로 사람을 죽인 살인과 교통사고 등에 의한 과실치사는 법률적으로도 엄연히 구분된다. 조사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이번 사고는 일본 오키나와 주둔 미군의 여학생 강간 사건이나 주한미군 영안실에서 독극물을 한강에 방류한 범죄와는 달리 고의성이 없는 과실 범죄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 사고를 계기로 일부 시민단체와 대학생들이 미군 철수 또는 반미를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적다. 미군 당국도 가해자로서 한국민의 정서를 감안해 유족들을 위로하고 충분히 보상해야 하며 유사한 사고의 재발방지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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