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유리알 유희’로 1950년대 이후 유럽을 거쳐 우리 독자들에게도 많은 지적 충격을 안겨준 헤르만 헤세. 그의 환상동화집이 나왔다.
‘데미안’ 등에서 볼 수 있는 비의(秘意)적 마술적 세계는 알고 보면 동화의 옷을 입고 등장할 때 가장 적합한 몸매를 드러내는 지도 모른다. “고백하거니와, 내 자신의 삶이 바로 동화처럼 보일 때가 많다. 나는 바깥 세계와 나의 내면이 화합하고 어울리는 모습을 자주 보고 느낀다. 이러한 연관성을 나는 마술적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실린 작품은 단편 중편을 합쳐 스물 여섯 편. 1975년 헤세 연구자인 폴커 미헬스가 편집해 ‘동화’라는 제목으로 출간한 체제를 따랐다.
‘아우구스투스’는 다른 사람의 소원을 이루어지게 해주는 마법의 노인 아우구스투스가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려다 죄값을 받은 뒤 대신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게 된다는 이야기. ‘다른 별에서 온 이상한 소식’은 많은 사람들이 지진으로 죽은 탓에 시신을 장식할 꽃이 부족하게 된 어느 별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이 별에서 꽃 없이 묻힌다는 것은 영혼의 부활을 바랄 수 없다는 뜻. 헤세가 1차대전을 겪으며 체험한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고 인류의 각성을 촉구한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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