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日新聞]確認する 「よりどころ」

  • 입력 2002년 6월 17일 18시 12분



▼‘의지할 곳’을 확인한다

일본과 한국이 조별리그를 돌파한 날. 자랑스런 기분 속에서 83년 3월에 본 시합을 떠올렸다.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일한 축구정기전. 도쿄에서의 재수생 생활을 막 끝내려던 나에게 아버지가 함께 가보자고 권유했다.

한국이 종료직전에 동점골을 터뜨린 스릴있는 시합이었다. 득점 순간,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서서 아버지를 끌어안았다. 누가 보더라도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수 있었을 것이다. “죄송합니다”며 머리를 숙이자 주위에 있던 일본인들로부터 상냥한 인사가 되돌아 왔다.

아버지 쪽으로 따져 재일동포 2세가 된다. 오랜 동안 내 국적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장래를 설계하는 것도 어려웠다. 축구에 몰두하던 고교시절, 현(縣)축구대표의 강화훈련에 참여하지 않겠느냐는 요청을 받은 적도 있다. 그러나 거절했다. 당시 한국 국적으로는 전국체전에도 나갈 수가 없었다. 교내 특별활동의 틀을 넘어서까지 축구에 매달려야 할 의미를 찾아내지도 못했다.

의식이 바뀐 것은 82년이었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검정 결과에 아시아의 여러 나라가 반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을 때 “나는 누구인가”를 몇 번이나 자문했다.

국립경기장의 일한 정기전이 망설이던 내 등을 마지막으로 밀어줬던 것이다. 재일한국인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게 됐을 때, 나의 소년시대도 끝났다.

19년 만에 경기장에서 본 잉글랜드와 나이지리아의 시합은 화려했다. “컴온, 잉글랜드”라는 엄청난 함성에, 나이지리아의 응원 나팔소리가 겹쳐진다. 그렇게 함으로써 모든 이들이 자신들이 의지할 곳을 확인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됐다.

일본과 한국이 약진을 계속하고 있는 이번 대회. 많은 재일동포의 젊은이들도 자신을 재확인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예전의 나처럼.

황철 나고야 사회부

정리〓심규선 도쿄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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