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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6월 10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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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 국제종합경기장은 9일 저녁 내내 일본을 응원하는 구호로 떠나갈 듯 했다.
예상을 뒤엎고 러시아팀을 꺾자 일본 관중은 ‘역사적인 월드컵 첫 승리’에 열광했다. 관중들은 경기장에서 1.5㎞ 떨어진 신요코하마 역까지 걸어가면서도 연신 환성을 그치지 않았다. 아무나 보면 손뼉을 마주치고 ‘닛폰’을 외쳤다.
일본의 이날 승리는 분명 축하할 만한 일이다. 그리고 이날 밤 일본인들이 기쁨을 표시하는 방법 또한 금도를 넘어서지 않았다. 차도로 쏟아져 나오지 않았으며 모두들 경찰관의 통제에 따라 인도로 행진했다. 깨끗한 거리 만큼이나 사회질서 또한 잘 정돈된 사회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다만 한가지 아쉬움이 있다.
일본 관중들은 경기 시작전 상대팀 선수를 소개하는 순서가 되면 늘 야유를 보내곤 한다. 경기장내 대형 전광판에 일본 선수가 한 명씩 얼굴 사진과 함께 소개되면 운동장 스탠드는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덮인다.
이어 러시아팀 선수 모습이 등장하자 ‘우’ 하는 야유와 함께 옛날 로마의 독재자가 그랬다는 것처럼 엄지손가락을 펴 아래로 내리며 ‘죽이라’라는 뜻의 손짓을 일제히 보냈다.
사이타마 경기장에서 벌어진 벨기에전에서도 그랬고 이번 러시아전에도 그랬다. 아니 갈수록 야유의 소리는 커지고 있다. 90분간 자국팀과 함께 훌륭한 시합을 펼칠 상대방에 단 몇 초나마 격려해 줄 수는 없을까.
예선 마지막 경기인 튀니지아전에서는 더욱 야유 소리가 높아질 것인가.
축구는 전쟁이 아니댜. 국가를 부르고, 국기를 흔들고, 국민을 외치지만 결국은 즐거움을 얻는 스포츠 경기 일 뿐이다. ‘살인적’이라고 할 만한 태클은 자국팀 선수가 감행해도 비난해야 한다. 축구를 사랑하는 이들은 국적을 떠나 친구다. 국적이 다르다 하여 선수들 간에 페어플레이 정신이 없어진다면 더 이상 스포츠는 아니다.
응원 역시 그렇다. 일본인의 기대와 열광은 이해하지만 국제대회를 즐기는 관전 수준 또한 세계 수준으로 높아지기를 기대해본다. 물론 한국의 경우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다.
요코하마〓조헌주기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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