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북스]자유시장경제는 '빅3'로 완성된다

  • 입력 2002년 6월 7일 17시 52분


빅3법칙:왜 모든 시장은 빅3가 지배하는가/잭디시 세스, 라젠드라 시소디어 지음 신철호 옮김/325쪽 1만2000원 21세기북스

모든 산업이 3개 기업을 중심으로 재편된다면 경영자들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어떤 이는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반문할 지 모르겠지만, 이미 운동화 산업은 나이키, 아디다스, 리복, 신용카드 산업은 비자, 마스터카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휴대 전화는 노키아, 에릭슨, 모토롤라 등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정보통신 산업은 SK텔레콤, KTF, LG텔레콤으로 재편되었고, 우유 업계도 서울우유, 매일유업, 남양유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들의 방대한 사례 연구를 바탕으로 산업의 판도를 결정짓는 게임의 룰인 ‘3의 법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왜 하필 3개 기업인가? 저자들은 3개 기업을 중심으로 한 시장 구조가 1개 혹은 2개 기업이 있는 산업보다 안정적이고 경쟁적이라고 주장한다. 산업 내에 2개 기업만 있으면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서로를 완전히 파괴하거나 담합을 통해 고객들을 골탕먹일 수 있다. 그러나 3개 기업이 있으면 어느 한쪽이 공격할 때 나머지 2개 기업이 제휴나 연합을 통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또 저자들의 조사에 의하면 3개 기업이 지배하는 산업이 효율성이나 수익성, 고객 만족 측면에서 성과가 가장 높다. 물론 산업이 형성되는 시기에는 상당히 많은 기업들이 존재할 수도 있고, 어떤 경우는 4개 기업이 일시적으로 산업을 지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치열한 시장 경쟁을 통해 결국 3개 기업으로 압축된다. 한국의 컴퓨터 산업과 신문 산업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빅3 위주의 산업 재편에 경영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저자들은 자신이 속한 기업이 빅3에 속하는 ‘제너럴리스트’인지 아니면 특정 제품이나 틈새 시장에 집중하는 ‘스페셜리스트’인지를 판단해 각기 다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한다.빅3 기업은 규모와 속도, 전면적인 제품 및 서비스, 다양한 유통 경로, 프로세스 혁신을 강조하는 반면,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스페셜리스트는 고수익을 목표로 집중된 제품 및 서비스, 단일 유통 경로, 제품 혁신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또한 같은 빅3 기업이라도 1위 기업이냐 혹은 2위, 3위 기업이냐에 따라 각기 다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1위 기업의 경우는 산업 전체의 표준을 정하고 핵심 글로벌 브랜드를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하는데 치중해야 하지만, 3위 기업의 경우는 게릴라식 마케팅과 혁신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차별화를 시도해야 한다.

특히 경영자가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제너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 사이에서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해 함정에 빠지는 경우이다. 빅3는 큰 규모만 믿고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에, 스페셜리스트는 성장의 유혹에 굴복해 무조건 시장을 확대하다가 낭패를 당한다. 간단한 법칙이지만 경영자들에게 강력한 시사점을 주는 책이다.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dhlee67@pops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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