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남북없는 새들이 부럽다 '새들이 사는 세상은…'

  • 입력 2002년 5월 31일 17시 44분


새들이 사는 세상은 아름답다/원병오 지음/423쪽 1만5000원 다움

“또르르르 또르르르” 청량한 공기에 실려오는 호반새의 울음소리. ‘이른 새벽부터 종일 들을 수 있었던 새소리가 사라져 버린지 오래’라고 마음 아파하는 새(鳥) 박사.

새와 더불어 칠십 평생을 보낸 원병오 박사의 회고록이다. 남북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저자가 경험한, 새에 얽힌 일화가 새삼 마음에 와닿는다. 6·25때 남으로 내려와 아버지와 헤어졌던 원 박사는, 가락지를 달아 날려보낸 북방쇠찌르레기를 통해 아버지의 생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알고보니 그의 아버지는 북한과학원 생물학연구소 소장이었던 것. 그는 ‘남북이 없는 새들의 세상’이 부럽다.

박정희 대통령의 부관으로 군 복무했던 인연으로 박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기전에 그의 가족들을 도와줬던 이야기를 비롯해 사라져 가는 우리 새, 환경 보호 측면에서 접근한 새 이야기 등도 흥미롭다.

새 연구에 일생을 바친 노학자가 조류학자를 지망하는 제자에게 쓴 편지도 눈길을 끈다. 독립된 하나의 학문으로서 조류학이 갖는 위상을 강조하며, ‘과학적 논리 전개를 위해 기초적인 수학 지식을 쌓을 것’과 같은 기본적인 소양부터 전공하려는 분야에 대한 취향과 자질을 돌아보라는 조언까지 세심하게 제자의 손을 잡아 끌어준다.

저자는 새의 생활을 알아야 보호와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새는 어느 한 지역, 한 나라의 환경을 평가하는 지표일 뿐 아니라, 지구 환경을 평가하는 잣대이기도 하다는 것. 그는 계절에 따라 다양한 들새들이 지저귀는 회생된 자연을 꿈꾼다. ‘그 푸르름 속에서 들새들처럼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삶’이 저자의 소망이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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