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홈 어드밴티지 많다”

  • 입력 2002년 5월 14일 18시 28분


사상 첫 월드컵 16강을 노리는 한국에 과연 ‘홈 어드밴티지’가 있을까?

축구 심판의 판정이 홈 팬의 함성에 크게 영향을 받고 이에따라 홈 팀은 엄청난 이익을 누린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국내 축구팬을 고무시키고 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아스날 팬이기도 한 영국 울버햄프턴대 알랜 네빌 연구원은 최근 ‘스포츠와 운동 심리학’이란 학술지에 이같은 내용을 발표하고 프리미어리그에서 홈팀이 이길 확률이 두배나 높은 것도 심판 판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심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눠 47개의 태클 장면을 보여주며 판정을 내리도록 했는데 홈팬의 함성을 함께 들으며 태클 장면을 본 심판 집단은 좀처럼 홈팀에 벌칙을 주지 못해 원정팀에 비해 15%나 적은 파울을 선언했다. 음향을 배제한 채 태클 장면만을 본 심판 집단보다 홈팀에 훨씬 유리한 판정을 내린 것으로 실제 경기때 심판이 내린 판정과 비슷한 결과였다.

네빌 연구원은 이에 대해 “홈 관중의 함성에 주눅 든 심판들이 상황을 빨리 전환하기 위해 홈팀의 반칙은 무시하고 지나가는 경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기존 연구 결과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홈팀 선수들이 경기전 평소보다 높은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몬) 수치를 보인다는 논문을 발표했던 노섬브리아대 샌디 울프슨 스포츠 심리학 교수는 심판들이 애매한 상황에서 관중의 함성에 크게 흔들린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심판들이 엄격하고 확신에 찬 모습을 보이려 하지만 애매한 상황에서 4만명의 홈 관중이 일제히 원정 선수를 향해 ‘핸들링’이라고 외치면 정확한 판정을 내릴 확률은 50%로 줄어든다”고 최근 ‘뉴 사이언티스트 매거진’에 발표했다.

이밖에 그라운드 규격이 경기장마다 크게 다른 만큼 홈팀 선수들의 패스 정확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으며 원정팀은 장거리 여행으로 인한 부담을 안게 된다는 것도 홈 어드밴티지의 한 이유로 분석됐다.

하지만 과거 ‘태권도 축구’로 악명을 떨쳤던 한국축구가 조심해야 할 대목도 있다. 스태퍼드셔대 연구원들이 얼마전 ‘뉴 사이언티스트’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심판들이 파울이나 거친 축구로 악명 높은 팀에겐 50%나 더 반칙을 선언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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