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경북생활과학高 현장감 살린 수업

  • 입력 2002년 5월 9일 17시 28분


폐교 직전의 실업계 고교가 교과과정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산학겸임 교사를 대거 활용해 2년만에 모범학교로 변신했다.

8일 오후 경북 구미시 해평면 월호리 경북생활과학고 일식조리 수업시간. 경주힐튼호텔 일식조리 주방장 안희근(安熙根·37)씨가 조리수업을 지도하고 있었다.

▼商高서 특성화 고교로▼

안씨는 조리과 학생 30명과 교사 1명에게 호텔의 일식요리를 선보였다. 조리사 복장을 한 학생들은 안씨의 섬세한 지도를 받으며 회와 초밥을 만들었다. 수업이 끝날 즈음 학생들은 호텔에서 볼 수 있을 정도의 깔끔한 일본요리를 만들어냈다.

안씨는 “학생들이 너무 적극적이어서 가르치기가 재미있다”며 “이런 상태로 몇 년을 배운다면 졸업 후에는 곧바로 고급식당에서 일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리사가 꿈이라는 2학년 김남수양(17)은 “선생님이 현장에서 일하는 전문가라서 확실히 다른 것 같다”며 “열심히 배워서 최고의 요리사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학생들과 함께 요리를 배우던 표점순(表点順·44) 교사는 “이 정도 수준이라면 고등학교 교육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학교가 산학겸임교사를 활용하게 된 것은 지난해부터. 기울어져가는 상업계 고교를 특성화 고교로 바꾼 뒤 조리과 피부미용과 의상과 등 3개 학과로 개편했다.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것이 산학겸임교사제. 호텔 요리사, 미용실 원장, 대학 강사 등 13명의 현장 전문가가 직접 학교에 와서 학과별로 현장감 넘치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방장 선생님 재밌어요”▼

조리과 학생들은 1학년 때부터 대구 경주 구미 대전 창원 등지의 호텔에 현장실습을 나간다.

이 학교는 지난해 경북도교육청의 산업교육페스티벌에서 최우수학교로 선정되기도 했다.

차종렬(車宗烈) 교장은 “학교와 현장 전문가가 힘을 합쳐 최고 수준의 교육을 하면 실업교육의 위기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구미〓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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