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포스코의 말 바꾸기

  • 입력 2002년 5월 7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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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셋째아들 홍걸(弘傑)씨와 유상부(劉常夫) 포스코회장의 만남을 홍걸씨의 어머니 이희호(李姬鎬) 여사가 주선했는지의 여부를 놓고 오가는 말들이 매우 어지럽다. 이 여사가 부탁했다고 대변인을 통해 밝혔던 포스코가 하루 만에 말을 바꾼 것은 아무리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의혹을 씻어보자는 해명이 오히려 ‘청와대의 압력이 있지 않았나’하는 다른 의혹을 낳고 있다.

포스코의 유병창(劉炳昌) 전무는 “유 회장의 얘기를 잘못 듣고 실언했다”고 해명했으나 의혹만 부풀릴 뿐이다. 평소 말실수가 없는 신중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 유 전무가 다른 문제도 아닌 대통령 부인과 회장에 관련된 사안을 철저한 확인도 없이 기자들에게 말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5일 밤 이후 포스코 측이 말을 계속 바꾼 경위도 의문을 더해준다. “이 여사가 홍걸씨를 만나 사업상의 조언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확인했던 유 전무는 약 1시간 후 “청와대가 요청했다”고 말을 바꿨고 6일 기자회견에서는 조용경(趙庸耿) 포스코건설 부사장이 “내가 유 회장과 홍걸씨와 최규선(崔圭善)씨 일행의 만남을 주선했다”며 이 여사와 청와대의 개입을 부인했는데 이것이야말로 수상하게 여길 만한 대목이 아닌가.

포스코 측이 발언을 번복하는 기자회견을 연 것도 청와대의 요구 때문이라는 일부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는 손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것이나 다름없다. 청와대는 ‘외압설’ 보도에 대해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니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철저히 가려져야 할 것이다.

포스코는 타이거풀스 주식 20만주를 주당 3만5000원씩 70억원에 사들여 이 중 24억원이 최씨에게 건네졌고 홍걸씨는 이 중 상당액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홍걸씨와 유 회장 그리고 최씨 일행의 만남이 사실로 밝혀진 이상 검찰은 포스코의 타이거풀스 주식 매입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 포스코 측이 말을 바꾼 과정도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으면 의혹만 더 커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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