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태극전사]<5>안정환…16강 해결사로 뜬다

  • 입력 2002년 5월 5일 17시 56분


“신부요? 보고 싶죠. 하지만 제 인생이 걸린 월드컵을 위해 참아야죠.”

결혼을 하고도 뭇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남자 ‘테리우스’ 안정환(28·이탈리아 페루자·사진). 잘생긴 외모에 축구도 잘해 그가 나타나면 “어머, 안정환”이라고 외치며 달려드는 여성이 한둘이 아니다. 초등학교 여학생부터 50대 아줌마까지.

안정환은 지난해 말 미스코리아 출신 이혜원씨(25)와 결혼해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어야 하지만 지금은 한국의 사상 월드컵 16강 진출이란 대업을 위해 제주 서귀포에서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고 있다. 소속팀의 복귀 요청도 뿌리치고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긴 생머리를 짧게 자르고 ‘월드스타’를 향해 뛰고 또 뛰고 있다.

유럽의 ‘빅리그’에서 뛰고 있는 유일한 한국인 안정환. 2000년 7월 ‘축구의 엘도라도’라는 유럽 이탈리아 세리에 A에서 임대선수로 뛰면서 최고의 영예인 태극마크까지 달았지만 그동안 겪은 우여곡절을 생각하면 눈물이 날 지경이다.

이탈리아 생활은 ‘외화내빈’이란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힘들었다. 청운의 꿈을 안고 건너갔지만 ‘우물안 개구리’ 신세. 이탈리아에 처음 발을 내디뎠을 땐 마늘냄새 난다고 동료들이 피했다.

유럽의 벽도 높았다. 실력이 없다고 동료들에게 무시당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국내에서는 내로라 하는 스타로 군림했지만 세리에 A에서는 그라운드에 설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그렇다보니 대표팀에서도 ‘냉대’를 받아야 했다. 네덜란드 출신 거스 히딩크 감독이 “벤치에 앉아 있는 선수는 필요 없다”는 표현으로 그를 긴장시켰던 것. 후보로 오래 있다보니 체력과 수비 가담 능력이 떨어졌다는 히딩크 감독의 평가까지 받았다.

그러나 빅리그에서 우뚝 설 수 있는 기회인 월드컵을 놓칠 순 없었다. 월드컵을 통해 완전 이적을 이루겠다는 목표 하나로 안정환은 체력훈련에 매달렸다. 그라운드에 서지 못할 땐 톱스타 선수들의 움직임을 메모해두었다가 한밤중에 혼자 연습해보기도 했다.

이렇게 땀을 흘리다보니 달라졌다. 3월 전지훈련 때부터 히딩크 감독이 특별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달 19일 코스타리카전이 끝난 뒤 “아니(안정환의 애칭)가 몰라보게 좋아졌다. 몸놀림이 민첩해졌고 공간확보도 눈에 띄게 발전했다. 무엇보다 체력적으로 크게 달라졌다”는 히딩크 감독의 평가를 받아냈다. 히딩크 감독은 안정환을 플레이메이커나 스트라이커, 혹은 날개 등 다양한 카드로 사용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정환은 “월드컵 엔트리 진입은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의미일 뿐이다. 월드컵에서 세계에 나의 진면목을 보여줘 꼭 유럽리그로 완전 이적하도록 하겠다”며 이를 악물고 있다.

안정환은…

-생년월일:76년 1월27일

-출생지:경기도 파주군 파평면

-체격조건:1m77, 71㎏

-출신교:서울 대림초-남서울중-서울기계공고-아주대

-소속클럽:부산 대우(98년)-이탈리아 페루자(2000년 7월부터 임대)

-주요경력:93년 고교대표, 94년 19세이하 청소년대표, 97년 부산 동아시아대표, 99코리아컵, 2000골드컵 등 국가대표

-A매치 데뷔:97년 한중 정기전

-A매치 성적:19게임 출전 2골

서귀포〓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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