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환율하락 수출 영향 우려할 정도 아니다”

  • 입력 2002년 5월 2일 17시 15분


환율이 연일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자 수출 기업의 실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4월말 1300∼1335원의 박스권이 무너진 데 이어 2일 1288원으로 내려앉았다. 불투명한 미국 경제 탓에 원-달러 환율은 연말에 1240원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있다. 환율 탓에 기업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굿모닝증권 홍성태 투자전략팀장은 “연말 원-달러 환율을 1260원대로 예상하고 기업 실적을 추정했다. 이미 환율 하락이 기업실적에 포함돼 있어 환율에 따른 실적 및 주가 변동은 작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변수에 비해 작다는 분석도 나왔다. 대신경제연구소 조현상 연구원은 “88년 이후 환율이 1% 상승할 때 수출이 0.16% 늘어났지만 미국 산업생산지수가 1% 상승하면 수출이 1.62% 증가했다”며 “환율보다 미국 등 세계 경기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10배나 크다”고 말했다. 그는 “원-달러 환율과 함께 엔-달러 환율도 동반 하락하고 있는 것도 환율에 따른 피해가 줄어드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수출 관련 대표 업종인 자동차와 반도체도 환율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LG증권 구희진 연구원은 “환율이 1250원대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면 올해 삼성전자가 매출액 40조원대, 영업이익 8조원대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경쟁력이 떨어진 데다 삼성전자의 제조원가가 낮기 때문이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상익 선임연구원은 “내수시장이 워낙 좋아 국내 자동차업계가 환율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환율 급락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서울증권 박승원 투자분석팀장은 “미국 경기 침체와 환율 급락이 겹치면 수출관련 기업의 실적이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환율이 예상치를 벗어나 급락할 조짐을 보이면 내수시장 지배력이 강한 내수우량주를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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