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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4월 23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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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국집, 종로떡집, 장원갈비, 구두닦음, 전화카드, 마사지 뼈교정, 정비디오, 한국미용실, 송도부동산, 한국산부인과·내과….
5일 한국어 간판 숲 사이의 한국 음식점 중 하나인 마쓰야(松屋·소나무집).
“둘이 먹으려면 ‘소(小)’를 시키고 김치전이나 도토리묵을 하나 주문하면 딱 좋아.”
단골 일본 손님이 일행에게 하는 말이다. ‘소(小)’란 감자탕. 이 집 간판 메뉴다. 16개 좌석 중 10개는 일본 손님 차지. 열심히 살점을 발라내고 있는 일본인들을 보면 ‘어디서 배웠지’라는 의문이 들 정도다. 손님의 80%이상이 일본인이다.
20대 일본인 커플은 “일부러 한국까지 가지 않고도 본바닥 맛을 느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고 말했다.
또 다른 ‘리틀 코리아’ 아카사카(赤坂)에도 한국인이 경영하는 고급 술집과 음식점이 즐비하다.
1일 밤 한국인이 경영하는 술집 ‘클럽 V’.
“가로등도 졸고 있는 비 오는 골목길에 두 손을 마주 잡고….”
가라오케 반주에 맞춰 구성지게 한국 노래를 부르고 있는 손님은 50대의 일본인 회사 간부. 마이크를 넘겨받아 ‘사랑의 미로’를 부른 것도 일본 손님. 그는 클럽 안으로 들어설 때 한국말로 “선생님들,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한국어를 좀 한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었던 것. 그러나 그는 다른 좌석에 한국의 중학 교과서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일본인 회사 중역(60)이 앉아 있었다는 것은 몰랐을 것이다. 이 중역은 한국 노래 ‘장록수’를 배우러 왔다. 이 집도 손님의 절반 이상이 일본인이다.
이제 ‘코리아 타운’은 한국인만의 것이 아니다. ‘코리아 타운’ 자체가 ‘상품’이 되면서 주요 고객이 일본인으로 바뀌었다.
도쿄의 우에노(上野) 고이와(小岩) 긴시초(錦絲町), 지바(千葉)와 요코하마(橫濱) 등지에도 한국인 업소가 몰려 있다. 도쿄와 주변의 한국인 업소는 줄잡아 1200여개. 물론 간사이(關西) 최대 도시 오사카(大阪)에 일찌감치 터를 잡은 코리아 타운도 건재하다.
그러나 이제 ‘리틀 코리아 타운’도 ‘미래’를 생각할 때가 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일본인 업주들과 사이좋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 불법체류자의 온상이라는 인상을 씻어내는 일이다. 한국 냄새를 물씬 풍길 수 있는 ‘축제’가 있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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