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최우성/외래어 일색 아파트 이름 정겨운 말로…

  • 입력 2002년 4월 11일 18시 30분


△△파크빌, □□캐슬파크, ○○메르디앙, ▽▽쉐르빌….

최근 건설회사들은 자신들의 아파트가 살기 좋은 곳이라는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해 갖가지 수식어를 붙인 아파트단지 이름들을 내놓고 있다. 이것은 유행의 열병이 되어 이제는 대규모 건설회사는 물론이고 중소 건설회사들까지 외래어 위주의 별칭을 사용하고 있고 이러한 이름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고 한다. 건설회사들은 너도나도 보다 세련된 이름을 찾기 위해 연구팀까지 운영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 이름들을 되뇌어 보면 뭔가 개운치 않다.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의 이름들이 의미도 분명치 않은 데다 그것도 자신들이 만든 말들을 마구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양식 근대 건축에서 유래된 아파트 주거문화가 자연적이고 평화롭던 전통 마을 위주의 우리 주거문화를 대신하는 것도 서운한 노릇인데 이제는 그 이름마저도 주체성을 잃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아파트 건설로 사람들은 육체적으로는 편리해졌지만 아름답던 자연환경 속에서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던 마음은 매우 교만해지고 정신은 황량해지고 말았다.

이제 같은 아파트단지 내에서도 평수의 크기로 이웃들을 평가하는 세상이 되고 있다. 비록 수입된 주거 양식이지만 우리 정서에 맞는 정겨운 아파트 주거문화를 꽃피울 수는 없는 걸까. 그리고 이에 걸맞은 이름을 찾아 붙이면 어떨까.

최우성 건축사·경기 고양시 일산구 대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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