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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4월 7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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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바다에 사표를 내고 싶다.”
인천 앞 바다에서 조기, 갈치 등을 잡는 근해안강망(조석간만의 차가 큰 서해에서 자루그물을 닻으로 고정시켜 물고기를 잡는 전통 어법)어선 ‘신양호’(138t급) 선장 겸 선주 차윤돈씨(56)가 올 들어 자주 입밖에 내는 말이다.
30년이 넘도록 고기잡이를 해온 타고난 뱃사람인 차씨는 인천 안강망업계에서 베테랑으로 통하지만 최근에는 출어를 포기한 채 시름에 빠져 있는 날이 더 많다. 어획량이 크게 줄어 적자를 감수하며 출어할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근해 안강망 어선들이 주로 조업을 해 온 곳은 인천항에서 1400여㎞ 떨어진 동중국해. 조업구역이 먼 탓에 면세용 유류값 외에 어망, 와이어 로프 구입비 등 기본경비만 1회 평균 1400여만원이 소요된다.
인천지역 어선들이 동중국해로 나가는 것은 연근해 지역은 심한 오염으로 조기 등 고급 어종의 씨가 말라 버렸기 때문. 1985년까지만 해도 인천 옹진군 연평도의 ‘조기 파시’란 말이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조기가 많이 잡혔지만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조기뿐만 아니다. 과거 인천 앞 바다에서 많이 잡혔던 홍어 갑오징어 민어도 자취를 감추었다.
현재 연근해지역에 출어등록을 해놓은 어선은 모두 387척. 그러나 실제로는 이 가운데 절반가량만 조업을 하고 있으며 50t급 어선은 낚시용 놀잇배로 전락하고 있다.
인천 앞 바다에 늘어선 횟집에서 판매되는 생선들은 양식장에서 잡은 것들이거나 중국산 수입어종이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근해안강망 어선들이 참조기 갈치 등을 잡기 위해 동중국해로 진출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곳에서도 어자원 고갈로 조기 갈치는 잡지 못한 채 사료용 잡어를 잡는 게 고작이어서 출어를 나가면 500만원 이상의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게 어민들의 얘기다.
6일 오전 인천 연안부두 안강망 선착장엔 20여척(100t급)의 어선이 부두에 묶여 있었다. 출어 준비와 동중국해에서 잡아들인 고기를 경매하면서 활기가 넘쳐야 할 항구의 모습이 실제로는 정반대였다. 올 들어 동중국해에 조업을 나간 어선은 흥아호(150t급) 1척에 불과하다.
나머지 어선들은 동중국해 출어를 포기한 채 서해 격렬비열도 인근에서 멸치잡이에 나서고 있지만 그나마 어황이 좋지 않아 인건비를 건지는 데 만족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삶의 터전인 바다를 등지는 어민들도 크게 늘고 있다.
인천 연근해어선노동조합에 따르면 70년대 6000여명에 달했던 조합원 수가 현재 2000여명으로 크게 줄었으며 실제 조업을 나가는 어민은 1000여명에 불과하다는 것.
안강망 선주들 중 상당수가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다. 선주 정모씨(50)는 5년 전 8억원을 들여 냉동시설을 갖춘 안강망 어선을 건조했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을 감당하지 못한 채 현재는 택시운전사로 일하고 있다.
이처럼 서해가 죽어 가는 것은 심각한 해양오염에다 바다의 수온이 상승하면서 어종이 바뀌고 어선간 과당경쟁으로 남획도 심하기 때문. 게다가 오염물질을 정화해줄 갯벌이 모두 매립돼 육지의 오염원이 바다로 그대로 유출되고 있다.
인천〓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서해 주요 어획종의 어획량 및 어획비율 연대/종명 참조기 갈 치 멸 치 꽃 게 젓새우 바지락 1969년 11.2(9.0) 24.3(19.4) 0.4(0.3) 1.2(1.0) 1.6(1.3) 1970년대 7.5(3.8) 36.6(18.8) 5.3(2.7) 8.8(4.5) 7.2(3.7) 4.0(2.0) 1980년대 3.9(1.5) 44.2(17.6) 9.6(3.8) 14.9(5.9) 7.6(3.0) 12.1(4.8) 1990년대 5.3(2.6) 12.4(6.2) 8.3(4.2) 10.6(5.3) 10.6(5.3) 9.0(4.5) 2001년 0.9(0.6) 2.2(1.6) 18.9(13.9) 12.1(8.9) 5.6(4.1) 12.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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