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

  • 입력 2002년 3월 22일 17시 52분


영화 '허드서커 대리인'
영화 '허드서커 대리인'
◇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앤서니 라빈스 지음 이우성 옮김/712쪽 1만6800원 씨앗을뿌리는사람

늦은 밤, 뱃속에서 쪼록 소리가 들린다. 가뜩이나 변해가는 몸매에 신경이 곤두서있던 터. 위장의 안타까운 외침에 머릿속이 복잡해지지 않을 수 없다. 잠시 입의 쾌락을 누리고 ‘망가질’ 것인가? 인내의 달콤한 만족을 누릴 것인가?

‘음, 냉장고에 뭐가 있더라….’ 대개의 사람은 잠깐의 쾌락을 택한다. 욕망은 손에 잡힐 듯 가까우며, 극복했다는 심리적 보상은 멀고도 모호하기 때문이다.

무릇 인생사가 그렇다. 왜 성공한 사람은 적고,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들은 넘쳐나는가? 훗날의 성공을 위해 오늘의 안락을 유보하기가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타고난 인내심’이라는 선물을 받은 선택된 소수만이 성공의 열매를 누릴 수 있나?

“아니다.” 이 책의 저자인 라빈스는 단언한다. “사람의 마음은 똑같이 위대하다. 당신도 성공적인 삶을 누릴 수 있다.”

두 가지 점에서 그의 성공학 강의는 기존의 것과 차이를 보인다. 첫째, 그는 성공한 사람들의 강한 자아를 특별한 것으로 신비화시키지 않는다. 걸인이나 과학자나, 만족을 추구하고 고통을 피한다는 행동의 기본 패턴은 똑같다. 차이는 무엇인가? 걸인이 ‘성취없는 삶’ 보다 ‘성취를 위한 노고’를 더 고통스러워하는 반면, 과학자는 당장 불면의 밤보다 연구의 실패를 더 고통스러운 것으로 평가하는데 차이가 있다.

냉장고 앞의 남자로 돌아가보자. 살이 빠지기를 원하나? 그렇다면, 한밤 중의 배고픔보다 살빼기에 실패할 경우의 두려움을 더 고통스러운 것으로 인식하면 된다. 그러나 그것이 쉬운 일일까?

여기서 라빈스 성공학의 두 번째 차이가 드러난다. ‘신경체계 조건화’(Neuro-Associative Conditioning)라는 개념을 들고나오는 것이 그것이다. 어마어마하게 들리는 이 ‘NAC’가 대단한 이해력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상상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행동은 즐거움에, 피하고 싶은 행동은 고통에’ 연결시키는 것이 그가 말하는 ‘신경체계 조건화’다.

“우리의 뇌는 우리가 생생하게 상상하는 것과 실제로 경험한 것을 구분할 수 없다. 강력한 감정을 가지고 반복하면, 우리의 신경 시스템은 그것을 진짜인 것처럼 경험하게 된다.”

그러므로 자신을 변화시키려면 스스로에게 고통을 유도하는 질문을 해야 한다. 밤에 먹고 싶은대로 먹을 경우 치러야 할 대가는 무엇인가? 외모가 볼성사나워질 것이고, 성인병의 위협도 증가할 것이다.

정리가 됐으면 구체적인 상상을 통해 뇌를 ‘조건화’ 시킨다. 비만해져 성인병으로 쓰러진 비참한 모습, 몇 걸음을 옮기고 헉헉거리는 처량한 모습을 상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신경체계’가 ‘조건화’ 되면 살찌는 것을 상상하는 것은 배고픔보다 더 즉각적이며 참기 어려운 고통이 된다.

큰 개념에서의 성공도 이와 같다. 삶을 즉각적으로 변화시키기 두려운가?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그렇다면 변화하지 않은 결과 생기게 될 장래의 곤란을 구체적으로 상상해야 한다. 그 결과 내적이고 즉각적인 욕구가 실제로 삶을 변화시키고 만다는 라빈스의 결론이다.

이 책은 대중강연을 책으로 만든 전형적인 미국식 ‘성공학 베스트셀러’ 중 하나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무리한 자기희생을 강요하지도, 단숨에 구할 수 있는 화끈한 마법을 제시하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신뢰감을 주는 ‘자기변화 매뉴얼’ 이기도 하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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