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양의 대인관계성공학]인간은 변덕스런 야누스

  • 입력 2002년 3월 14일 15시 41분


30대 초반의 전문직 여성 김모씨. 그는 한동안 자신이 표리부동하고 일관성이라곤 없는 사람인 것 같아 몹시 고민했다. 감정의 기복이 심한 탓이겠지만 똑같은 상대방을 두고서도 하루에 열두 번도 더 좋았다 싫었다를 되풀이하니 그런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성격적으로나 직업의 특성상 그런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는 일은 거의 없었다. 마음 속은 아무리 들끓어도 겉으로는 언제나 상냥하고 예의 바르고 미소를 거두는 일이 없는 그였다.

그러나 자신이 하루에도 몇번씩 감정이 뒤바뀌고 그 때문에 고민한다는 걸 안다면 사람들이 얼마나 놀랄까 하는 생각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 생각만 하면 속이 메스꺼워지면서 여간 괴롭지 않았다. 아무도 모르는 혼자만의 싸움이기에 그 괴로움은 더 배가하는지도 모른다.

그 때문에 남몰래 죄책감에 빠지는 때도 많았다. 가벼운 정도긴 해도 죄책감이란 사람을 맥빠지고 우울하게 하는 법. 그 역시 자주 우울감에 사로잡히곤 했다. 그러면서 자문하곤 했다. 대체 왜 상대방에 대한 감정이나 생각이 일관성을 갖지 못하는지, 어째서 그리도 변덕스럽고 잘난 체하고 히스테릭한지, 게다가 시도때도 없이 찾아드는 죄책감도 마음에 안 들긴 마찬가지였다.

“나 자신이 몹시 이중인격자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뭔가 성격적으로 결함이 있는 게 아닐까요?” 그는 조심스러운 태도로 그렇게 질문했다. 물론 어느 정도 그럴 가능성이 없진 않았다. 그러나 만약 그렇다 해도 그의 경우, 보통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니고 있는 일정한 범주를 넘어서는 것은 아니었다.

우린 누구나 조금씩은 이중인격이고, 조금씩은 표리부동하다.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할 때도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러면서도 약간의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고 잘난 체할 때는 또 얼마나 많은가. 그것이 보통 사람인 우리의 모습인 것이다. 또한 사람의 감정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하고 하루에도 몇번씩 뒤바뀌기 마련이다. 만약 그것 때문에 약간이라도 죄책감을 느낀다면 그는 아직도 순수함이 덜 훼손된 사람이라고 봐도 된다.

그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자신이 가진 약간의 이중인격과 표리부동, 일관성없음 정도는 편안하게 받아들이면 어떨까? 그 편이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진짜 악당과 자신을 구별하는 표식쯤 될 지도 모르니까.

양창순 신경정신과 전문의

mind-op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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