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박희정 “감 잡았어”

  • 입력 2002년 3월 3일 17시 53분


소렌스탐은 개막전에서 시즌 첫승을 거뒀다.
소렌스탐은 개막전에서 시즌 첫승을 거뒀다.
미국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한국 낭자군에게 대회 상금은 ‘가욋돈’이나 다름없다.

대부분 스폰서 업체와 수억원에 이르는 계약을 하고 있어 대회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그야말로 ‘껌값’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변변한 스폰서도 하나 없는 ‘코알라’ 박희정(22)은 미국 투어 경비 마련을 위해 대회 상금에만 의존해야 할 처지. 시즌 개막을 앞두고 몇 군데 중소업체와 후원 계약을 추진했으나 끝내 무산된 것.

2000년 스폰서 없이 미국무대에 데뷔한 박희정은 어려운 여건 탓에 25개 대회에 출전해 15차례나 컷오프 탈락해 풀시드마저 날려버렸다. 지난해에는 다행히 친분이 있는 사업가로부터 투어경비를 보조받은 덕분에 조건부 출전권의 불리함 속에서도 19차례나 컷오프 통과했고 9월에는 우승을 맛보는 감격을 누리기도 했다. 올 들어 ‘스폰서 없는 챔피언’ 신세가 된 박희정은 경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일본 무대로 선회할 계획을 검토했다.

▶박희정.

그런 박희정이 미국 투어 시즌 개막 전인 다케후지클래식(총상금 90만달러)에서 ‘톱5’에 들며 힘겨운 한 해에 대한 걱정을 잠시 잊었다.

3일 하와이 콜로아 리조트코스(파70)에서 열린 최종 3라운드. 스폰서 업체의 로고 대신 폴로 모자를 쓰고 나온 박희정은 버디 6개와 보기 1개로 5언더파를 쳤다. 합계 12언더파로 헤더 보위(미국)와 공동 3위에 오르며 한국인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성적을 냈다.

5만2875달러의 상금을 챙긴 박희정은 “2라운드 때 선두로 치고 나가지 못했던 것이 아쉽다”며 “당분간 경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선수들과 달리 비용 절감을 위해 하와이에서 동계훈련을 했던 박희정은 3라운드를 치르는 동안 80%를 웃도는 그린 적중률을 보였고 보기는 단 1개에 그쳤다.

박지은(이화여대)은 합계 9언더파로 공동 6위에 올라 박희정과 함께 ‘톱10’에 들며 올 시즌 선전을 예고했다. 김미현(KTF)은 합계 12언더파로 공동 12위에 머물렀으나 스윙 개조에 따른 불안감을 떨쳐버리고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지난해 신인왕 한희원(휠라코리아)은 3언더파 공동 24위.

한편 지난해 최다승과 상금왕 등을 독식했던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합계 14언더파로 로리 케인(캐나다)과 동타를 이룬 뒤 플레이오프 첫 홀에서 이겨 우승했다. 지난주 호주여자마스터스에서 4번째 플레이오프 끝에 캐리 웹(호주)을 누르고 정상에 오른 데 이어 2주 연속 연장전을 승리로 이끌며 변함없는 최강의 면모를 과시했다. 우승상금은 13만5000달러.

전날 2라운드에서는 최연소 재미교포 미셸 위(12)가 6오버파로 컷오프 탈락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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