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근기자의 여의도 이야기]기대되는 기록들

  • 입력 2002년 2월 25일 18시 00분


운동 경기 가운데 육상이나 수영처럼 기록을 따지는 종목을 기록경기라고 한다. 스피드 스케이팅도 기록경기에 속한다. 그런데 쇼트트랙은 순위경기로 구분된다. 쇼트트랙은 2명씩 경기하는 스피드 스케이팅과는 달리 한꺼번에 출발한다. 선수들끼리 트랙을 공유하며 서로 견제하면서 진행되는 쇼트트랙은 순위만 결정되면 그뿐이고 기록은 뒷전이다. 김동성 선수 파장을 보면서 ‘만약 쇼트트랙이 스피드 스케이팅처럼 2명씩만 출발시켜 기록을 따지는 방식이라면 결과가 어땠을까’하는 객쩍은 생각이 든다.

기록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운동 경기에서뿐 아니다. 어느 분야에서건 새롭거나 의미 있는 기록을 기대한다. ‘최초’ ‘최고’ 같은 수식어를 붙이길 좋아한다.

지금 주식시장에선 3가지 기록의 수립 여부와 시기에 관심이 쏠려있다. 종합주가지수 800, 상장기업 시가총액 300조원, 5개월 연속 양봉에 도전하는 것. 모두 처음 나오는 기록은 아니지만 의미가 크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오랫동안 바닥권에 머물러 있던 증시가 한 단계 올라서는 것을 뜻한다는 것.

지수 800은 2000년 7월 18일에 깨진 이후로 난공불락의 지수대였다. 시가총액 역시 같은 해 7월 13일 300조원을 나타낸 뒤 지난해에는 172조원까지 떨어졌다. 일맥상통하는두 기록의 달성 여부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재 추세를 볼 때 시간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시가총액 변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블루칩에 대한 수요가 여전한 데다 최근에는 중저가 대형주로도 매수세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5개월 연속 양봉은 93년 9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나타난 게 가장 최근 기록이다. 이달 마지막 사흘 동안 추세를 급반전시킬 만한 대형 악재가 없는 한 5개월 연속 양봉 기록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다음에 86년 2월부터 7월까지 역사상 단 한번 있었던 6개월 연속 양봉을 향해 달리려면 미국 시장이 안정되고 증시 체력이 한층 튼튼해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6일은 고유 명절인 정월 대보름이다. 대보름의 세시놀이는 풍년을 기원하는 것들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올해 주식시장의 대세를 점치게 하는 3가지 기록을 지켜보는 투자자들의 마음은 대보름날 풍년을 기리는 농민의 심정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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