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신선우 감독의 현역 고별전

  • 입력 2002년 2월 25일 17시 24분


KCC 신선우 감독(46·사진)은 아마 ‘부상투혼의 원조’라고 불릴 만 하다.

용산중고와 연세대를 거쳐 실업 현대의 창단 멤버였던 신 감독은 국가대표로 ‘아시아 최고의 센터’라는 찬사를 들었다. 하지만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여러 차례 선수 생명의 위기를 맞았고 1980년에는 수술대에 오르기도 했다. 제대로 걷기조차 힘든 지경이었으나 주사까지 맞아가며 코트에 나선 그는 1982년 뉴델리아시아경기대회에서 한국의 금메달을 이끌었다. 처음에는 오른쪽 무릎만 다쳤으나 무리한 탓에 말짱하던 왼쪽도 통증이 심해졌다. 은퇴 시기를 놓고 고심하던 그는 농구대잔치의 원년대회였던 83점보시리즈에서 우승컵을 안은 뒤 영욕을 함께 맛본 선수 인생에 마침표를 찍었다.

1984년 3월2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삼성과의 챔피언결정 2차전이 바로 그 무대. 사진에서 양쪽 무릎에 두툼한 보호대를 차고 나와 17점으로 활약한 신 감독이 경기가 끝난 뒤 만원 관중의 기립 박수 속에서 두 팔을 번쩍 들며 환호하고 있다. 당시 언론은 신감독의 고별전을 ‘노병은 사라지되 영광을 남긴다’며 비중 있게 다뤘다. 28세의 나이에 은퇴한 신 감독은 “의료기술과 훈련 프로그램이 발달한 요즘 같았으면 한 몇 년 더 뛸 수 있었을 텐데…”라며 옛날을 회고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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