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교통선진국]잘못 설치된 교통섬이 ‘악의 축’

  • 입력 2002년 2월 24일 18시 09분


분당구 야탑역 사거리.
분당구 야탑역 사거리.
21일 오후 6시경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성남대로 야탑역 사거리.

분당을 관통하는 왕복 10차로의 대로인데도 어쩐지 차량 통행이 시원치 못했다. 서현역에서 모란 방향으로 신호대기 중인 차량행렬이 길게 꼬리를 늘어뜨렸고 상탑동 방향에서 모란방향으로 교통섬을 끼고 우회전하던 차량들 역시 브레이크 밟기를 반복했다.

이곳은 체증도 체증이지만 교통사고 위험도 컸다. 2000년 한 해 동안 보행자 사망사고를 포함해 추돌사고 7건, 접촉사고 4건, 보행자 사고 3건 등 모두 25건의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났다.

승용차 운전자 박모씨(43)는 “잘못 설치된 교통섬 때문에 차로가 줄어들고 불법 주정차 차량이 늘면서 사고위험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잘못 설치된 교통섬〓가장 큰 문제는 세신옴니코아빌딩 앞에 설치된 교통섬 때문에 발생하는 차로 감소였다. 교통섬이 설치돼 상탑동에서 모란으로 우회전하는 차량들의 우회전 차로가 확보됐지만 서현역에서 모란 방향의 5개 차로 중 1개(4번째 차로)가 무용지물이 된 것. 이곳엔 차량이 교통섬과 충돌하는 것을 막기 위해 차량진입금지 막대가 설치돼 있다. 도로가 좁아지면서 출퇴근 시간대면 모란 방향의 차량들은 하탑 지하차도까지 정체하기 일쑤고 차량 흐름도 느려지고 있다.

하탑 지하차도에서 나온 차량이 상탑동 방향으로 우회전하려는 차량은 우측차로으로, 하탑로에서 우회전한 뒤 모란 방향으로 직진하려는 차량들은 좌측차선으로 각각 차로변경을 해야 하는데 이 두 가지의 차로변경이 불과 50여m의 거리 안에서 이뤄져야 차량진입금지 막대와 충돌하지 않기 때문에 초조해진 운전자들이 접촉사고를 자주 낸다.

또 교통섬이 설치된 이후 세신옴니코아빌딩 앞 도로에 여유가 생기자 많은 차량들이 불법 주정차를 일삼는 바람에 우회전 차량의 진행을 방해하고 있다. 특히 주정차 차량을 피해 우회전하는 차량들과 서현역에서 모란 방향으로 직진하는 차량들의 추돌사고 위험도 높은 실정이다.

주민 최주호씨(34)는 “3년 전에 교통섬을 설치한 이후 사고위험이나 교통사정은 오히려 악화됐다”며 “건널목 보행자의 통행거리가 단축됐지만 사고 위험은 더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상당수 사거리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배면 신호등이 이곳 역시 설치돼 있지 않다. 대형 트럭이나 버스 뒤 소형 차량 운전자가 쉽게 신호등을 볼 수 있도록 탑마을 경향 아파트 앞 신호등에 추가 신호등 설치가 필요할 것으로 지적됐다.

이와 함께 뉴코아 야탑점 앞에 설치된 교통섬 역시 보행자 통행 수요에 비해 너무 작아보행자 교통사고 우려를 낳고 있으며 차라리 제거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개선 방안〓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경기도지부 한만식 안전조사과장(46)은 “우회전 차량의 사고방지와 보행자 횡단거리 단축을 위해 설치된 교통섬이 오히려 사고위험을 높이고 차량 흐름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과장은 “차로 이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사고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두 개의 교통섬을 모두 없애고 표지병을 제거해 차량 소통이 원활해지도록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책을 마련 중”이라며 “주민의견조사가 끝나는 대로 교통섬 폐지 여부를 결정해 월드컵 대회 전에 문제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승호기자 tigera@donga.com

▽자문위원단〓내남정(손해보험협회 상무) 설재훈(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국무총리실 안전관리개선기획단 전문위원) 신부용(교통환경연구원장) 이순철(충북대 교수) 임평남(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소장) 김태환(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장)

▽협찬〓손해보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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