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특집]주가 내려도 선물·옵션으로 돈번다

  • 입력 2002년 2월 4일 17시 49분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신문 지상에는 ‘정부, 주가부양에 나선다’는 제목의 기사가 심심찮게 등장했다.

당시에는 ‘주가 부양’이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했다. 그러나 90년대 후반 이 주가 부양이라는 말이 쏙 들어갔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주가를 부양하면 손해보는 사람이 나타났기 때문. 주가가 내리는 쪽에 돈을 걸어놓은 선물 옵션 투자자가 그들. 주가가 내려야 돈을 버는 사람들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정부가 인위적으로 주가를 올리려 한다면 ‘공개적인 주가 조작’으로 소송에 걸릴지도 모른다.

이처럼 선물 옵션은 한국 증시의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주가가 올라야만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주가가 내려도 돈을 벌 수 있게 됐다. 주가가 급등락할 것을 대비해 위험을 회피(이를 ‘헤지’라고 한다)할 수도 있고 이론 가격과 실제 가격 차를 이용해 위험없이 이익을 내는 ‘차익거래’도 할 수 있다.

돈을 버는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잃는 사람이 있다는 특징 때문에 아직 선물 옵션 시장은 도박판 정도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 이 시장은 건전한 증시 운영을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하며 또 투자자에게도 여러 기회를 제공해 주는 훌륭한 파생상품 시장이다.

▽선물의 원리〓선물(Future)은 말 그대로 미래 어느 시점에서 거래될 상품을 현재 시점에서 미리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아직도 농촌에서 성행하고 있는 ‘밭떼기 거래’를 예로 들면 이해가 쉽다.

시골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농부들은 날씨 등의 외부 요인으로 수확기에 농산물의 가격이 폭락할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다. 수확시 가격이 좋으면 다행이지만 누구도 이를 장담할 수 없는 일. 그래서 수확기 이전에 농산물 중간도매상인과 ‘선물 거래’를 하게 된다. “김씨네 밭에서 올해 수확기에 생산된 농산물 전체를 100원에 중개상 박씨에게 넘긴다”는 계약이 체결되면 이것이 선물 거래다.

만일 그 해에 흉작이 나서 실제 생산된 농산물이 70원어치밖에 안되더라도 이를 미리 100원에 팔기로 한 농부 김씨는 걱정이 없다. 반대로 그 해 풍년이 들어 생산된 농산물이 130원어치가 됐다면 이를 100원에 넘겨받기로 한 도매상 박씨가 30원 이익을 보게 된다.

주가지수 선물거래의 원리도 마찬가지. 지금 코스피200 지수가 100이라고 가정하고 만기일(3,6,9,12월 두번째 목요일)에 주가가 더 오를 것을 예상하는 투자자 A씨와 내릴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 B씨가 있다고 가정하자. 이 두 사람이 “A는 만기일에 코스피200지수를 가격 100에 B로부터 사기로 한다”는 계약을 체결하면 이것이 선물 거래다. A씨의 예상대로 지수가 올라 120이 된다면 A씨는 120짜리를 100에 사는 셈이므로 20 이익이고, 반대로 지수가 80으로 떨어진다면 B씨는 80짜리를 100에 팔게 되므로 20 이익을 본다.

▽옵션의 원리〓미래 일정 시점에서 주식을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사고 파는 것이 옵션의 개념. 지금 삼성전자의 주가가 30만원이라고 하고 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A씨와 내릴 것으로 예상하는 B씨가 있다고 가정하자. 두 사람이 “A가 만기일에 삼성전자 주식을 30만원에 살 ‘권리’를 1만원을 주고 B로부터 샀다”고 하면 A씨와 B씨 사이에 옵션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만기일에 삼성전자 주가가 35만원까지 오르면 A씨는 당연히 권리를 행사한다. 35만원짜리를 30만원에 사는 셈이니 애초 지불한 프리미엄 1만원을 빼도 4만원이 이익이다. 반대로 주가가 25만원으로 떨어지면 A씨는 30만원에 삼성전자 주식을 살 권리를 행사할 이유가 없다. 이 경우 A씨는 권리를 포기할 것이며 프리미엄 가격 1만원을 손해보고 거래가 끝난다.

이처럼 주식을 미래 어느 시점에서 살 권리를 ‘콜옵션’이라고 하고, 반대로 미래 어느 시점에서 주식을 팔 권리를 ‘풋옵션’이라고 한다.

옵션 거래에서는 이 권리를 사고 팔게 되며 살 권리를 사는 것은 콜옵션 매수, 살 권리를 파는 것은 콜옵션 매도, 팔 권리를 사는 것은 풋옵션 매수, 팔 권리를 파는 것을 풋옵션 매도라고 한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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