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건교부, 주택청약제도 개선방안 검토중

  • 입력 2002년 2월 3일 15시 42분


아파트 청약시장 과열현상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건설교통부가 주택청약 관련 규제방안을 마련, 시장에 개입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건설교통부는 3일 주택정책 당국자와 관련 전문가들이 지난 주말 가진 세미나에서 이같은 방안을 집중논의함에 따라 구체적인 실행 대책을 세울 것이라 밝혔다.

건설교통부 추병직(秋秉直) 차관보는 1일 천안 국립청소년수련원에서 열린 '주택정책 세미나'에서 "아파트 청약시장의 과열이 정부의 인내 한계를 넘어섰다"며 "부동산 경기를 냉각시키지 않으면서도 청약열기를 누그러뜨리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국토연구원 전문가와 업계 대표 등이 참가한 이날 세미나에서 건교부는 처음 검토중인 청약증거금제와 과거에 시행했다 폐지한 청약배수제, 전매제한, 채권입찰제 등 다양한 방안을 놓고 도입 여부를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건교부의 방침은 지난해 2·4분기 이후 청약열기가 너무 뜨거워져 아파트 분양가격 상승과 웃돈(프리미엄)을 높임으로써 실수요자들의 내집마련 기회가 줄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달 서울시 12차 동시분양에서는 평균 경쟁률 43.4 대 1로 지난해 최고치였던 9차 분양의 21.1대 1보다 월등히 높았다. 특히 4월부터 1인 1통장 청약자중 1순위자가 200만명을 넘어 일부 인기지역 아파트는 청약경쟁률이 1000대 1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청약통장이 복권화 되고 있어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국토연구원 박헌주 박사는 "주택 관련 대출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이 주택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청약에서 당첨받아 차익을 얻으려는 유인이 되고 있다"며 "채권입찰제와 청약배수제 등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정책학회 이선근 회장은 "부동산이 투기 대상이 아닌 건전한 투자 대상중의 하나가 되도록 하는 제도정착과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며 "많은 문제가 있으나 청약예치금제가 한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박사는 서면으로 제출한 의견에서 "청약증거금제가 서민들의 부담이 되는 부작용이 있는 만큼 일정 분양물량을 서민에게 배정하는 등의 보완책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서정욱 이사는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려고 하는 마당에 청약을 규제하면 주택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며 "우선 청약증거금제를 실시해 보고 단계적으로 대책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건교부 최재덕 주택도시국장은 "어느 방안이나 효과에 못지 않은 부작용이 우려되고 정부 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신뢰문제도 걸려 있어 다양한 의견을 모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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