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근기자의 여의도 이야기]‘실적’이 투자 잣대

  • 입력 2002년 1월 28일 18시 46분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투자하기가 예전보다 훨씬 쉬워졌다.”

주가가 폭등세를 보인 지난 주말 한 증권사의 스트래티지스트(시황분석가)가 던진 말이다. 주식 때문에 매일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하는 투자자들에겐 뜬금없는 소리로 들릴 얘기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상승장에서 주가가 크게 오른 기업은 예외없이 실적이 좋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 바꿔 말하면 이제는 실적만을 잣대로 투자해도 높은 수익이 가능해졌으므로 소문이나 재료를 쫓아다니느라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실제 최근에는 무슨무슨 설이니, 유망 테마니 하는 식으로 주가가 오른 종목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주식시장의 대세가 상승 쪽으로 방향을 잡은 지금 상황에서는 이같은 경향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스트래티지스트나 애널리스트들이 주식 투자에서 실적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걸핏하면 그들은 ‘무능한 집단’으로 비난받곤 했다. 많은 투자자들이 하루하루 주가가 오르내리는 데 신경을 쓰다보니 “실적을 믿고 장기투자하라”는 전문가들의 말을 공염불처럼 여겼던 것.

서울 강남의 한 투자자문사 직원이 최근 겪은 일. 코스닥의 강원랜드 주가가 올초 14만원가량일 때 그는 투자자들에게 “실적에 비해 주가가 낮다”며 매수를 권했다. 투자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실적이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그렇게 비싼 종목이 올라가 봐야 얼마나 올라가겠느냐고, 그런 종목 말고 대박이 될 만한 종목을 추천해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그리고 나서 한 달 가량 지난 지금 강원랜드 주가는 20만원에 육박했다. 대박까지는 아니더라도 ‘실적의 힘’을 과시하기에는 충분할 만큼 주가가 오른 것.

주가의 장래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지만 ‘이르면 올 상반기에 지수가 1,000을 돌파할 수도 있다’는 사람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그렇게 자신하는 근거는 여러 가지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적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것.

한국 증시는 지금까지 4번 1,000대 지수에 올라섰지만 그 때마다 금방 맥없이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기관과 외국인이 어느 선까지는 끌어올릴 수 있지만 1,000대 지수는 결국 개인에게 달려있다”고 말한다. 투자자들이 ‘잔 수’를 쓰지 않고 실적을 위주로 한 정석 투자를 하기만 한다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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