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칼럼]"x-파일"

  • 입력 2002년 1월 27일 19시 53분


프로야구 스토브리그의 최대관심사는 선수들의 연봉문제이다.

누가 얼마를 받았다, 작년대비 몇 퍼센트의 인상률을 보였나? 누구보다 연봉을 더 받았다, 몇 년차 최고 연봉을 받았다, 최고 연봉자는 누구인가? 등 선수들과 구단들의 해당사항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관계자들이나 팬들도 흥미로운 점은 마찬가지이다.

올 스토브리그의 최고 화재거리는 당연 누가 얼마를 받고 최고 연봉자의 자리에 오르느랴에 집중되어 있다. 한화의 정민철이 4억이라는 프로선수 사상 최고의 연봉기록을 갱신하며 스타트를 시작으로 삼성의 이승엽과 기아의 이종범이 4억을 넘어선 5억선에 기록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뿐아니라 한팀에 한두명 있던 1억이상의 연봉시대는 지나고 1억대는 평균치에 머물고 한팀당 3,4명의 2억, 3억의 고액연봉시대가 다가왔다. 1억 연봉을 받는 선수는 최고의 스타로 인정받던 시대는 옛말이 된 것이다. 올해는 이런 현상들이 더욱 두드러져 억대연봉자가 40명을 넘어설 예정이다.

FA제도의 등장과 무분별한 외국진출을 막기위한 신인선수들의 계약금 상승, 그리고 외국진출 선수들의 몸값의 영향을 받은 선수들의 연봉은 최근 몇년사이 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연봉협상테이블에서의 선수들은 하나같이 억대연봉을 기대하고 협상에 들어간다.

그러나 연봉협상에 임하는 선수들의 자세가 그리 합당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억대미만의 선수는 억대연봉을 목표로 구단과 협상하고, 억대연봉을 받는 선수는 2억, 3억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구단과 마찰을 빗고, 어떤 선수는 자신과의 라이벌 관계에 있는 선수보다 무조건 많이 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어떤 선수는 프로 몇년차 최고대우을 요구하고, 어떤 선수는 자신의 연봉액수조차 제시하지 않고, 모 선수는 포지션부분 최고 연봉을 고집하는등 협상에서의 합리성은 찾아볼수가 없다.

선수들의 요구가 이렇다보니 구단들의 자세 또한 원칙과 합리성에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억대연봉을 요구하는 선수들의 주장에 기존 선수들의 형펑성을 고려하여 억대연봉이 아닌 적당선의 연봉과 보너스로 억대연봉을 맞춰 주는가 하면 몇년차 최고 연봉을 주장하는 선수들에겐 몇년차의 연봉상승률과 몇넌차의 선수활약도를 비교하여 연봉산정의 기준을 삼는데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한푼이라도 깎을때는 냉정하기 그지없어 연봉조정신청의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다가도 구단의 자존심이 걸린 최고 연봉자리나 최고 연봉인상률, 상대구단 선수보다 앞서는 연봉자 보유등 쓸데없는 자존심에는 큰 손이 되는 행태를 보이는등 일관적인 원칙없이 아무런 근거자료없이 연봉협상테이블에 앉는 것은 선수나 구단이나 마찬가지이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찬호선수가 FA시장에 나왔을때 떠올려보자.

박찬호의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 보라스가 박찬호의 투구분석 자료를 언론에 공개한 적이 있다. 일명 X-파일로 불리는 이 자료는 FA가 된 박찬호가 메이저리그 구단들과의 협상에서 보다 유리하게 끌기위해 최근 2년간으 자료를 일목요연하게 작성하여 배포했었다. 결국 구체적인 자료와 통계를 앞세운 자료앞에 메이저리그 제정궁핍과 FA시장의 어려움등 자칫 헐값을 받을뻔한 몸값을 당당하게 대우 받았다. 확실한 근거자료가 없었다면 다년계약이나 평균연봉 1400만달러의 고액연봉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프로야구 선수들의 연봉협상과정과 메이저리그와 차이점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물론 한국프로야구에서는 공식적으로 선수의 에이전트를 인정하고 있지 않아 정확하고 면밀한 자료준비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보라스가 만든 X-파일은 별다른게 없다. 지난 2년간의 성적과 통계를 자세히 제시했을뿐. 이정도는 에이전트없이도 선수 혼자서도 개개인의 성적향상과 데이터축척을 위해 만들어 놓을수 있다.

이렇듯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실력에 맞는 대우를 받는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근거자료 하나없이 자존심이나 새우고 상징성에 가까운 억대를 요구하는 한국야구 선수들과는 분명 다르다.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고 고액의 연봉을 주장하고 자존심을 세우고 싶으면 이제부터라도 자료를 모으고 성적을 데이타화하는등 X-파일을 만들어야 할 때이다.

[제공 : http://www.entersport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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