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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월 17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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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끊겠다는 흡연자들이 늘어나고 있고 껌 은단 등 금연 보조식품의 판매량도 부쩍 늘고 있다고 한다. 금호그룹은 입사자에게 담배를 피우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고, 금연을 실천하는 직원에게 보너스를 주는 회사도 있다. 한국이 세계적 흡연 국가라는 오명을 벗고 국민 건강을 위해서도 이런 신드롬은 나쁠 게 없어 보인다.
그러나 요즘 이씨를 놓고 벌어지는 광경을 보면 안타까운 점이 많다. 김원길(金元吉) 보건복지부장관이 이씨를 병실로 찾아가 금연교육에 나서줄 것을 당부하는 등 유력 인사나 단체들의 방문 요청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순수하게 병문안을 간 사람들도 많지만 이씨를 배경으로 사진이나 찍으려는 ‘홍보성 방문’도 적지 않아 본인은 물론 가족들도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병세도 나빠져 참다 못한 가족들이 방문객의 집안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한완상(韓完相)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17일 이씨의 집을 방문해 위로한 뒤 완쾌되면 명예 금연교사로 모시겠다며 위촉장을 전달했고 본인도 수락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사이로 한 부총리측에서 방문해도 되는지 타진하자 이씨가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교육부 관계자는 전했다.
우리나라 고교생의 흡연율이 24.8%나 돼 이씨가 명예 금연교사로 나선다면 청소년 금연교육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고통받고 있는 이씨에게 지금 가장 절박한 것은 충분한 치료와 따뜻한 위로, 그리고 안정일 것이다. 혹시라도 이씨를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려고 했거나 그의 인권을 소홀히 여기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씨가 병상에서 벌떡 일어나 ‘폭소 전도사’로 우리 앞에 다시 설 수 있도록 당분간 그를 잊어주면 어떨까.
이인철 사회1부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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