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뜀박질 증시' 구조조정 덕분?

  • 입력 2002년 1월 7일 19시 16분



지난주 한국 증시의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조흥은행 주가가 1999년 이후 2년여만에 액면가(5000원)를 넘어섰다는 사실이었다.

한 기업의 주가에 증시가 그토록 큰 관심을 보인 이유는 조흥은행이 한때 부실 은행의 상징이었기 때문. 조흥은행 주가가 액면가를 넘어섬으로써 “국민의 정부 이후 꾸준히 진행한 구조조정이 드디어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고 증시가 이를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낙관론이 퍼지기 시작했다. 때마침 지난 주말 주가가 급등하면서 이런 낙관론을 뒷받침했다.

그렇다면 최근 증시 전반의 상승세가 과연 오랜 구조조정 노력의 결과물일까. 증권 전문가들은 이 질문에 대해 시원스레 ‘그렇다’는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긍정적인 면〓“구조조정만이 한국 경제를 살릴 유일한 방도”라는 호소는 80년대 후반부터 있었다. 그런데도 유독 현 정부 출범 이후 구조조정이 특별히 강조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바로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의 경험 때문.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결과를 실제로 한번 경험하고 난 뒤부터 국민 모두가 구조조정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물론 최근 몇 년 동안 구조조정을 통한 성과도 적지 않다.

우선 회사 운영자들이 부채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고 기업의 자산 건전성도 많이 좋아졌다. 대우조선이나 대우종합기계처럼 구조조정의 성공으로 독자적인 활로를 모색한 기업도 나왔다.

동부증권 장영수 기업분석팀장은 “IMF체제 이후에는 무조건적인 성장지상주의가 사라진 대신 기업 투명성이 크게 높아진 것이 사실”이라며 “구조조정의 성과가 최근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는 말에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지나친 아전인수〓그러나 현실을 지나치게 좋게만 해석할 수는 없다는 반박도 적지 않다. 금융권과 제조업 두 갈래로 나눠 진행된 구조조정 가운데 정작 눈에 보이는 뚜렷한 성과가 무엇이냐는 반론이다.

하이닉스반도체 대우자동차 현대투신 등 지난해 대표적인 구조조정 대상 기업 가운데 뚜렷한 결론이 난 회사는 아직 한 곳도 없는 상황.

‘△△회사 매각 협상 곧 타결’ ‘빠르면 이 달 안에 해결’ 등의 발표만 하다 1년을 다 보냈는데 이를 ‘구조조정 잘했다’고 말할 수 있느냐는 지적. 정부의 ‘구조조정의 마무리 발표’로 주가가 급등했다가 다시 주가가 급락한 경우도 지난해에만 세 차례나 있다.

신한증권 박효진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증시 상승세는 올바른 구조조정의 결과라기보다 어떻게 시간을 계속 끌다보니 때마침 증시 주변 환경이 좋아진 덕분으로 보는 게 더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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