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일영/‘與 정치실험’ 공정성이 열쇠

  • 입력 2002년 1월 7일 18시 32분


그동안 정치 일정을 둘러싸고 내홍에 휩싸였던 민주당이 드디어 4월20일 전당대회를 열어 대선 후보와 당 지도부를 동시에 선출키로 합의했다. 이 합의는 논란의 종식일 수도 있지만 새로운 갈등의 시작일 수도 있다. 이것이 그간의 내분을 치유하고 당이 새롭게 도약하는 발판이 되기 위해서는 경선 과정에서 공정성이 확보되고 후보자들간에 양보 및 타협의 미덕이 발휘되어야만 한다.

민주당이 확정한 안에는 한국 정치의 풍토를 변화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내용도 다수 들어 있다. 특히 대의원과 당원, 그리고 일반 국민을 2:3:5의 비율로 해서 국민선거인단을 구성하고 그들로 하여금 대선 후보를 선출케 하는 안, 대권과 당권을 분리하고 대선은 대권주자가, 그리고 지방선거를 비롯한 기타 선거는 당 지도부가 주도적으로 치르게 하자는 안, 예비선거 과정에 결선투표제의 일종인 선호투표제를 도입하고 인터넷 투표도 부분적으로 도입하는 안 등은 주목을 끌기에 충분한 것들이다.

▼불공정 시비땐 당 위기로▼

이런 방안들은 후보결정 과정에서 국민의 참여를 제고시키고 후보 1인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대로’ 시행되기만 한다면 한국의 정치문화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실험이 성공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어려움이 가로놓여 있다. 우리 국민은 정치에 관심은 많지만 직접 참여하기는 꺼리고 있다. 각 당이 수많은 당원을 확보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자발적으로 당비를 내는 사람은 드물다. 당원의 대부분이 아는 사람의 강권 때문에, 또는 어떤 보상을 바라고 정당활동에 참여한 사람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선거인단의 50%에 해당하는 일반 국민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자발적 참여자가 많지 않을 경우 각 후보자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국민선거인단을 보다 많이 확보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게 될 텐데, 그 과정에서 막대한 금품이 유입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예비선거가 금품으로 인한 불공정성 시비에 휘말리게 될 경우 이 게임에서의 패배자는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상태에서 과연 대권 주자와 당권 주자간의 양보와 타협이 잘 지켜지고, 민주당의 단합이 잘 유지되겠는가.

민주당이 획기적인 쇄신안을 마련한 주된 이유는 당이 처한 심각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였다.

작년 민주당은 각종 게이트와 재보선 패배 등으로 많은 시련을 겪었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 이후 당이 처한 가장 큰 위기는 대선 후보들 간의 갈등으로 인해 당이 분열될지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예비선거제 도입과 대권·당권 분리를 골자로 하는 민주당의 쇄신안은 결국 당이 쪼개지는 것을 막기 위해 나온 고육책이다.

그런데 예비선거 자체가 공정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그것은 당의 단합 유지라는 도입의 본래 목적에 오히려 역행될 수도 있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민주당은 하루빨리 당내외의 중립적인 인사들로 모든 당내 경선을 관리할 특별위원회를 발족해야 한다. 이 위원회는 우선 게임의 규칙을 구체적이고도 명확하게 정해야 하며, 모든 경선 참여자들로부터 그것을 준수하겠다는 공개적인 선언도 받아야 한다.

▼중립인사로 경선委 구성을▼

아울러 민주당의 경선 후보자들은 각자의 정치적 지향점과 성향에 따라 적극적으로 상호 연대를 모색해야 한다. 연합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서로간에 양보와 타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러한 연대를 통해 민주당은 당의 단합이 훼손되지 않으면서 당의 힘을 최대한 끌어 모을 수 있는 드림팀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내세울 수 있는 목표는 세대교체와 동서화합, 그리고 개혁이라는 세 가지 과제다. 그리고 민주당 경선 주자들이 나누어 가져야 할 파이(pie)의 주요 몫은 대선후보, 당대표, 그리고 수도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후보다. 민주당이 드림팀을 구성할 수 있느냐는 당의 목표와 분배의 몫을 어떻게 조화롭게 조합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정치의 앞날을 위해서라도 민주당의 정치실험이 성과를 거두고, 드림팀이 구성되기를 희망해본다.

김일영(성균관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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