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한번 더 날자꾸나”…한국 '신병기' 설기현

  • 입력 2001년 12월 31일 11시 22분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는다. 오는 기회는 절대 놓치지 않겠다.”

거친 황야에서 몸으로 부대끼며 꿈을 키워가고 있는 ‘야생마’ 한 마리가 임오년 새해를 맞아 거친 숨소리를 내며 ‘쾌속 질주’를 준비하고 있다.

치열한 ‘전쟁터’ 유럽에서 월드스타를 꿈꾸는 ‘한국축구의 간판’ 설기현(23·벨기에 안데를레흐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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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속팀에서 그라운드보다는 벤치를 주로 지키며 간간이 출전하고 있지만 홈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대박’을 터뜨리기 위해 연일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고 있다.

“월드컵은 월드스타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만큼 국민의 염원인 16강을 이루고 빅리그에 진출하겠다.” 그의 목소리에선 기필코 ‘승자’가 되겠다는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설기현에겐 요즘 매 순간이 긴장의 연속. 거스 히딩크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는 스트라이커이지만 최근 소속팀에선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어 팬들의 우려를 낳고 있는 것도 사실. 지난시즌까지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뛰다가 명문 안데를레흐트로 오면서 다소 위축되고 있다. 안데를레흐트가 지난시즌 맹활약을 펼친 선수들을 대거 영입해 주전경쟁이 아주 심하다. 아직 여간해선 스타팅으로 나서기 어려운 실정.

설기현은 오히려 이같은 상황을 자신을 다잡을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있다.

“나는 항상 미래를 위해 준비한다. 지금은 솔직히 밀리지만 조만간 내가 주전을 꿰찰 것이다.”

경쟁을 벌이는 동료들과도 친하게 지내는 그는 시간만 있으면 선수들과 어울리며 배울 점을 찾고 있다. 가장 친한 동료는 원정경기때 같은 방을 쓰는 톰슨인데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앙투에니 감독도 “마음을 편히 갖고 느긋하게 생각하라. 골키핑능력을 키우고 수비가담보다는 최전방을 지키라”고 조언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여자친구 윤미씨(22)가 곁에서 도와주고 있어 맘이 편하다. 아침 운동에서부터 음식에 이르기까지 세세하게 신경써주고 있고 스트레스해소를 위해 야외 드라이브도 손수 해주고 있다.

대표팀내 입지도 아직은 확고한 것만은 아니다. 지칠줄 모르는 체력, 유럽에서 배운 한수 높은 몸싸움과 위치선정 등으로 히딩크 감독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으나 최근 위기에 처했다. 히딩크 감독이 선수를 평가할 때 ‘유럽에서 뛰는 것’보다 ‘주전으로 뛰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주로 벤치를 지키고 있어 자칫 히딩크 감독의 신뢰를 잃을까 고민되는 것도 사실. 그래서 더욱 소속팀에서 주전을 확보해야하는 입장. 특히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과 소속팀 사정에 따라 18일 막이 오르는 북중미골드컵 대표로도 선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히딩크 감독과 오래 떨어져 있어야할 상황이라 소속팀에서 어떤 플레이를 펼치는 지가 아주 중요하다.그렇다고 걱정하진 않는다.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2월로 예정된 브라질 등 남미팀들과의 평가전때 대표팀에 합류하면 히딩크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을 자신이 있기때문이다. ‘남과 같이해서는 뒤진다’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설기현. 그가 월드컵이 열리는 말의 해에 보여줄 활약상이 기대된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god-S.E.S 제일 좋아해요”▼

“컴퓨터와 음악 CD로 외로움 달래요.” 설기현은 그라운드에서 저돌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모습과는 달리 성격이 조용하고 차분하다. 경기장밖에선 동료선수들과 어울리는 시간도 있지만 주로 노트북 컴퓨터로 e메일을 체크하거나 음악감상을 하며 여가를 보낸다.

매일 한번씩은 팬들에게서 온 메일을 확인하고 답장을 보내준다. 설기현의 e메일은 ‘bestseol@skycommgroup.com’. 국내 언론에서 자신에 대해 어떤 기사를 썼는지 체크하는 것도 하루 일과중 하나.

음악은 한국가요를 주로 듣는데 가장 좋아하는 가수로는 ‘신세대들의 우상’인 god와 ‘미녀 댄스그룹’ S.E.S. 술과 담배는 안한다. 팀 동료들과 어울릴 때 다른 선수들은 맥주를 가볍게 마시기도 하는데 설기현은 단 한방울의 알콜이 플레이를 망칠 수도 있다며 입에도 안댄다.

<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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