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방송광고총량제 안된다

  • 입력 2001년 12월 27일 18시 31분


정부는 어제 문화산업 발전 방안 마련을 위한 경제장관간담회를 갖고 그동안 논란을 빚어온 방송광고총량제 및 TV중간광고문제와 관련해 도입시기 도입방법 등에 대해 단계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위해 공청회 등 여론 수렴과정을 거치기로 했다.

우리는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이 방송광고총량제와 중간광고 도입을 위한 수순 밟기가 아닌가 하는 의혹을 지워버릴 수 없다. 간담회에서 스포츠프로그램에 버추얼광고(가상광고)를 허용하기로 한 것이나 얼마 전 방송위원회가 KBS2 FM에 광고방송을 허용하기로 한 것도 이들 제도 도입을 위한 군불때기의 성격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방송광고의 전체 분량만 규제하고 광고의 유형, 횟수, 길이 등은 방송사가 자체적으로 정하도록 한 방송광고총량제와 중간광고 허용은 사실상 광고 편성을 방송사의 자의에 맡기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시청자들의 권리인 시청자 주권이 그만큼 침해당할 소지가 많고 방송의 공익성도 훼손하는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방송광고총량제가 실시되면 방송사들은 광고비가 비싼 황금시간대에 광고를 집중 배치하게 된다. 광고의 대기업 편중도 심화될 것이다. 방송사간의 시청률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프로그램의 질적인 하락이 초래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특히 중간광고가 도입되면 프로그램 진행이 토막나 흐름을 잃게 된다. 시청자들은 TV를 보다 수시로 끊고 들어오는 중간광고에 속수무책이다. 광고료의 인상은 상품 값의 인상으로 이어져 시청자의 부담이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방송총량제나 중간광고 모두 방송소비자인 시청자는 안중에 없고 오로지 방송사와 광고주의 만족도만을 높여주게 되는 것이다. 국민의 소유인 전파를 그처럼 방송사와 업자들의 ‘돈벌이’를 위해 사용해도 되는 것인가.

정부와 방송사는 디지털방송 재원 마련과 내년 월드컵 광고특수를 이유로 이 제도의 도입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는 시청자를 우롱하는 것이다. 방송사가 디지털방송을 하려면 경영개선 등을 통해 스스로 재원을 마련하든지 해야지 막대한 투자비용을 시청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정부는 이 제도의 도입을 통해 내년 양대 선거를 앞두고 방송을 계속 정권편에 묶어두려는 것은 아닌지 의혹을 갖고 있는 국민이 적지 않다는 것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방송의 상업주의를 부추기는 일이 더 이상 계속돼서는 안 된다. 방송의 주인은 방송사나 업체가 아니라 바로 시청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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