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홍일의원 왜 자꾸 거명되나

  • 입력 2001년 12월 17일 18시 21분


‘이용호 게이트’와 ‘진승현 게이트’ 수사과정에서 이름이 오르내리던 민주당의 김홍일(金弘一) 의원이 이번에는 ‘돈봉투 살포설’에 휘말리고 있는 것 같다. 신광옥(辛光玉) 전 법무부차관에게 진씨의 ‘구명자금’ 1억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는 민주당 당료 최택곤(崔澤坤)씨가 검찰의 일부 고위간부들에게도 김 의원의 격려금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주었다는 보도다. 물론 김 의원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며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김 의원은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위치 때문에 아무리 가만히 앉아 있어도 주변에 정치브로커들이 몰려들게 되어 있다. 그들은 김 의원과 조금이라도 연(緣)이 닿으면 자기들이 유리한 대로 김 의원의 이름을 팔고 영향력을 행사하려 든다. 최씨가 김 의원과의 관계를 과시하며 큰소리를 치고 다닌 것도 그 한 예다. 작년 총선 당시 정성홍(丁聖弘) 전 국가정보원 경제과장이 김 의원에게 진씨를 소개한 것이나 모 기업체 스포츠단 사장인 정학모(鄭學模)씨가 8월 제주도에서 이씨의 로비창구인 여운환(呂運桓)씨와 함께 김 의원을 만난 것도 모두 그런 인연을 쌓기 위한 작업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김 의원의 이름이 자주 거론되고 있는 데 대해 우선 본인의 책임은 없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의 아들이라면 보통사람과는 다른 철저한 자기관리를 해야 한다. 만나야 할 사람도 만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대인관계에 엄격한 절제가 필요하며 분명한 선과 기준을 지켜야 한다는 얘기다. 자칫하면 본인도 모르게 이권과 청탁의 고리에 얽매이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정치인이기 때문에 대인관계를 소홀히 할 수 없다고 하지만 그보다는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자신의 위치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처럼 김 의원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는 것도 그 같은 일의 선후를 가리지 않은 결과가 아닌지 스스로 냉철하게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김 의원은 대통령의 아들로서 전혀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 청탁이 통하지 않는 철두철미한 원칙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주변 사람들이 김 의원을 움직이면 안 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해 끊임없이 접근하고 있다면 김 의원의 처신에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이다. 김 의원은 나름대로 억울한 측면도 많을 것이지만 그런 억울한 사정을 따지기 앞서 정치브로커들의 ‘유혹’을 뿌리치는 일에 무엇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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