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유니레버코리아 이재희 회장

  • 입력 2001년 12월 16일 18시 45분


‘도브’ 비누로 국내에 잘 알려진 유니레버 코리아에서는 올해 히트상품으로 단연 ‘도브’ 샴푸를 꼽는다.

‘도브’ 비누가 외국산인 데 반해 ‘도브’ 샴푸는 한국에서 자체 개발돼 글로벌 브랜드가 된 대표적인 케이스. 99년 대만을 시작으로 싱가포르 홍콩 일본 등에서 시장점유율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제품을 개발했을 때 본사에서는 상품을 내놓지 말라고 말렸습니다.”

‘도브’ 샴푸를 내놓은 주역인 이재희(李在熙·54·사진) 유니레버 코리아 회장의 말이다.

이 회장은 본사의 만류를 뿌리치고 지난해 11월 ‘도브’ 샴푸를 선보였다. 이 상품은 시장에 선보인 지 1년 만에 점유율 10% 이상을 차지해 프리미엄 샴푸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내년 3월까지 아시아 전지역에, 내년 말까지는 전세계의 유니레버를 통해 팔리게 된다.

이 회장은 “외국기업은 통상 브랜드를 한국에 그대로 갖고 와서 파는 데 익숙하지만 현지에 토착화시키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니레버가 한국현지법인을 만든 것은 85년. 애경과 손잡고 화장품 사업을 했지만 기업문화가 서로 달라 경영에 실패한 쓰라린 경험이 있다. 또 93년에는 신동방과 식품사업을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유니레버 코리아는 97년 독립법인으로 ‘홀로서기’를 시도했으나 외환위기로 힘든 나날을 보냈다.

16년 동안 한국시장에서 참담한 실패를 맛본 유니레버 본사는 99년8월 처음으로 한국인 최고경영자(CEO)를 선택하는 모험을 감행한다. 99년 8월 취임한 이 회장은 유니레버 코리아를 과감하게 ‘수술’했다.

“1년 동안 신제품 시판을 못하도록 하고 시장조사부터 철저히 했습니다.”

외국계 생활용품 회사 중에서 유일하게 유니레버 코리아만 국내에 생산시설을 갖고 있다. ‘도브’ 비누와 립톤 티백을 제외한 대부분의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수출도 한다.

3년 동안 일군 ‘성적표’도 화려하다. ‘도브’ 크림샤워(보디클렌저),‘도브’ 비누,‘폰즈 클리어 훼이스’ ‘립톤 아이스티’가 모두 해당분야 국내 시장점유율 1위다. 99년 460억원이던 매출은 올해 1200억∼1300억원에 이를 전망.

이 회장의 경영철학은 ‘선택과 집중’. 그는 직원들에게 “일할 준비가 안 돼 있으면 회사에 출근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프라이스워터 하우스 회계사 출신인 이 회장은 줄곧 다국적회사에서 일해왔다. 유니레버 코리아에 오기 전에는 하얏트 리젠시 서울 총괄상무이사, TNT 익스프레스 한국지사장, 북아시아 지역 사장 등을 지냈다.

<최영해기자>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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