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복귀한 축구의 신, 호나우두

  • 입력 2001년 12월 11일 17시 12분


지난 12월 9일 일요일. 원래 예정대로라면 Serie A에서 가장 볼만한 라이벌 전 중 하나인 AC 밀란과 유벤투스의 경기에 모든 언론의 초점이 맞추어 져 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날만은 달랐습니다. 이 날, 이탈리아의 모든 언론의 초점은 바로 호나우두의 컴백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던 것이죠.

‘선수 컬렉션’이 팀 전력 강화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깨닫고 현명한 감독(쿠페르. 마요르카를 유럽에 도전할 만한 팀으로, 발렌시아를 유럽 타이틀에 도전할만한 팀으로 변모시킨 장본인이죠.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 설까지 나돌던데..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을 영입해, 올 시즌 Serie A의 새로운 제왕으로 군림하려 하는 인터밀란. 과연, 쿠페르에게는 ‘약팀을 강팀으로 만드는 재주는 있지만, 우승과는 거리가 멀다’라는 그간의 비난을 멋지게 받아칠 좋은 기회인데요..

지난 주 경기에서 인터 밀란의 상대팀은 바로 바죠, 과르디올라의 영입으로 유명한 브레시아였습니다. 홈은 아니었고, 원정경기 였는데.. 모든 언론의 초점은 비에리 - 호나우두 라는 "꿈의 투톱"이 펼쳐낼 화려한 버라이어티 쇼에 맞춰져 있었죠. 이 환상의 투 톱(예전에 말씀 드렸죠? 이 투톱이 이뤄진 다음, 한 이탈리아 스포츠 만화에서는, 눈 가리고 있는 비에리와 호나우도가 등장해있었고, 스코어는 10:0이었습니다)은 1999년 10월23일 대 유벤투스 경기 후 처음으로 선발로 발을 맞춰보는 날이었던 겁니다.

휘슬이 울리고 경기 시작. 호나우두는 예전, 전성기 때의 기량을 슬슬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그만의 화려한 드리블과 돌파.. 그리고 전반 19분, 비에리와 공을 직접 주고 받으면서(비록 약간의 업 사이드성이 보이긴 했지만), 논스톱 슛으로 깔아 찬 것이 골 네트를 갈라놓은 것이죠.. 원정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브레시아 홈 구장 Rigamonti 구장은 열광의 도가니가 되어 버립니다. 호나우두, 길고도 길었던 부상 공백에 드디어 종지부를 찍는 순간인가요? 개인적으로 2년하고 18일만에 공식 골을 넣은 경기가 바로 이 브레시아 전이 된 겁니다.

사실, 호나우두의 악몽이 시작된 건 2년 전 1999년 11월 21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일인데요, 당시에 인터밀란은 레체를 상대로 6-0으로 이기지만, 승리의 대가는 너무나 컸습니다. 앞으로 2년간 팀의 간판 선수가 부상으로 출장하지 못하는 계기가 된 거죠.

호나우두는 진단 결과, 오른쪽 무릎인대의 부분 파열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이로 인해 파리의 삐띠에-살뻬뜨리에흐 병원(La Pitie-Salpetriere)으로 옮겨 무릎수술에 있어 세계적 권위를 가진 사이랑(saillant)교수에 의해 수술을 하게 되죠. 그리고 급격히 회복한 호나우두는 2000년 2월 14일 훈련에 참여하기 시작하고, 약 2개월 후 2000년 4월 12일 이탈리아컵에서 라치오를 상대로 컴백 게임을 가지지만, 또다시 같은 부위의 부상으로 선수생명에 위협을 당하는 큰 부상을 입게 됩니다. 다시 파리를 찾아 수술에 성공한 그였지만, 부상의 위협이라는 정신적 충격까지 지니게 되어 천재 축구선수는 서서히 우리들에게서 멀어져 가게 된거죠. ‘이제 그는 끝났다’라는 언론의 비아냥거림과 함께요.

다시 6월과 7월에 브라질에서 휴식을 취하던 그는 연습경기에 모습을 드러내지만 미래가 그리 밝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끊임없는 재활 끝에 2000년 8월 19일, 인터 밀란과 나이지리아 클럽 Enyimba Aba와의 친선 경기에서 인터 밀란의 홈 구장 "산시로" 구장 컴백을 가지게 됩니다. 이날 35분간의 시간동안 그는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그의 컴백이 다가옴을 전세게 매스컴에 알리긴 했지만, 아직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습니다. 과연 그가 예전의 기량을 회복할 수 있을 지 여부에 대해서 말이죠.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묵묵히 훈련에만 전념했습니다. 미국, 프랑스, 브라질을 오가며 오랜 체력훈련에 임하고 그의 무릎은 점점 회복되어가게 된 겁니다. 그리고.. 20살의 천재 "호나우도 루이스 나자리오 리마"는 25살이 되고 2001년 시즌 컴백을 세계 언론에 공표했습니다.

지난 9월 20일 UEFA컵에서 루마니아팀 브라소프를 상대로 교체 투입, 27분간 경기에 출장하게 되고, 2000년 4월 12일 이후 1년 5개월만의 컴백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소화해냈습니다. 하지만, 쿠페르 감독은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그가 준비가 될 때, 인터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다’는 말과 함께 무리해서 그를 출장 시켜 단기간의 성적을 내기 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그의 회복을 기다리는 거죠. 물론, 워낙 선수 층이 두텁고, 칼론 같은 기대도 안 한 선수가 발군의 활약을 보여줘서 그런 지도 모르지만요.

어쨌든 경기에 투입되는 회수가 늘어나면서 천재 호나우두는 서서히 경기에 적응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보통 ‘2년의 공백’은 한 선수에게 있어 치명적인 기간일 수 있지만, 역시 세기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하다는 호나우두는 놀랍게 적응해 갔습니다. 11월 25일 대 피오렌티나 전에서 18분, 29일 이탈리아컵 대 우디네세 전에서 20분, 지난 주 UEFA컵에서 입스위치를 상대로 10분간 모습을 드러냅니다(중간에 한 번 부상으로 우리를 또 놀라게 한 적도 있지만요). 그리고 역사적인 2001년 12월 9일... 대 브레시아 전에 선발 출장한 호나우두는 2년 만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골을 성공시킨 거죠.

물론, 전 세계 언론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습니다. 그의 고향 브라질은 말할 것도 없고요, 같은 Serie A에서 뛰는 브라질 선수들은 물론이거니와 AC밀란의 인자기, AS로마에서 뛰는 바티스투타 같은 선수 역시 그에게 축하를 보냈던 거죠. 게다가 호나우도가 골을 넣었다는 소식이 라찌오와 피오렌티나가 경기를 벌이고 있던 로마의 올림픽 스타디움의 전광판에 표시되자마자 전 관중이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고 하니.. 역시 호나우두가 예전의 호나우두로 돌아왔다는 그 사실은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한 것 같습니다.

현재 트레제게, 세브첸코가 골을 퍼부어 대고 있는 Serie A. 여기에 호나우두의 가세로 남미 축구의 열기가 다시 솟아오르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건 너무 오바하는 것일까요? 특히 오랜 기간동안 서로의 부상(한 놈 나올 만 하면 다른 놈이 다치고.. 정말 이러기도 힘들 텐데)으로 호흡을 맞추지 못했던 비에리, 호나우두의 투톱은 역사에 길이 남을 인터를 만들어 내지 않을까 상상 되어집니다. 상상만해도 끔찍하지 않습니까? 최근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파워플레이의 대명사 비에리, 그리고 축구 선수가 갖추어야 할 모든 것을 갖춘 호나우두가 헤집고 다니면 수비수들은 도대체 어떻게 막으라는 이야기인지..

비단 Serie A 뿐만 아니라, 호나우두의 컴백은 분명 내년 월드컵 판도에도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생각 됩니다. 월드컵 예선에서 개망신을 당했지만, 여전히 최강의 전력을 갖춘 팀 중 하나인 브라질. 게다가 조편성마저 좋게 되어 있는 형편이고… 스콜라리 감독이 최근 밝힌, 전술 변형(아르헨티나와 같은 3313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한다는군요)의 핵이 될, 센터 포워드 자리에 호나우두라는 거성이 등장한다면.. 단숨에 브라질을 폄하하는 시선이 사라질 것으로 생각되는군요.

이래저래, 축구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의 컴백은 즐거운 일 입니다. 비록 응원하는 팀이 아닌 팀에서 뛸 수도 있겠지만, 화려한 그의 몸놀림은 바라보는 사람을 감탄하게 하고, 또 다른 축구를 생각하게 해주니까요. 호나우두, 그를 괴롭혀 온 부상 악령에서 어서 벗어나서 펼쳐진 부활의 날개를 접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호나우두 루이스 나자리오 리마.

1976년 9월 22일 브라질 벤토 리베리오 태생.

1990년 소시알 하모스 팀에서 프로 데뷔.

1991-93년 상 크리스토바오 팀에서 활약.

1993-4년 크루제이로 구단 소속. 그리고 그 해 22명의 미국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등록! (현재까지 45번 대표경기에 29골)

1994년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 이적.

1996년 네덜란드컵 우승. 그리고 바르셀로나 이적

1997년 소속팀 바르셀로나를 ‘컵 위너스 컵’의 마지막 우승팀으로 올려 놓음. 대 PSG와의 결승전에서 이 경기 유일한 골을 페널티킥으로 성공. 시즌 스페인 컵 우승, 34골로 리가 득점왕. 그리고 그 해 브라질 팀의 코파아메리카 우승

1997년 인터밀란 이적. 32경기 25골. 인터밀란 Serie A 2위. 프랑스 주관의 "발롱 도흐"(골든 볼)에 선정

1998년. 96년에 이어 FIFA 올해의 선수에 선정. 그리고 월드컵 준우승.

99년 11월 21일 시즌 10라운드 대 레체전에서 부상.

2000년 4월 12일 이탈리아컵 대 라치오 전에서 또 다시 부상. 13일 빠리에서 재수술.

2001년 12월 9일 컴백 골 작렬!

2002년, 그가 만들어낼 역사가 궁금해지는군요.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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