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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7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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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보존 담당자들은 “창씨개명된 성이 적혀 있고 알아보기 힘든 글씨가 많았다” “본적지와 주소가 다를 뿐만 아니라 어디 사는 줄조차 몰라 낱낱이 연락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고 변명한다. 그러나 국가에 세금을 내고 공공서비스를 받아야 할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 정부의 소홀로 기일(忌日)조차 정확히 몰라 엉뚱한 날에 제사를 지내왔다면, 그 기록이 버젓이 정부 문서창고 안에 존재하는데도 분류가 되지 않은 것이라는데에야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것도 누대의 정부가 손도 대지 않고 묵혀 왔다는데에야 국가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공무원은 무엇을 서비스하는 것이냐고 반문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정부 기록을 제대로 남기고 분류해 행정에 반영하는 일은 공직 본연의 의무이고 역사에 대한 현 세대의 책무이다. 길게 보면 정부 공직자들의 양심적이고 소신 있는 정책결정을 유도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래서 공공기록을 제대로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간직하지 않으면서 민주주의 선진국을 기대할 수 없고, 정보사회를 이룬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도 기록 보존을 위한 법률이 있었으나 공직자들은 재임중의 기록을 사물화하거나 퇴임후의 책임 추궁 등을 두려워해 파기해 버리는 관행을 버리지 않아 왔다. 그래서 98년에야 ‘공공기관의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비로소 투명하고 책임성 있는 엄격한 보존 관리의 틀만은 갖추었다. 그러나 아직도 미국 프랑스 등이 국립기록청을 두고 행정 사법입법부를 총괄해 관리하는 데 비하면 통일성과 효율성 면에서 크게 뒤진다는 지적이다.
또 정부기록보존소가 그 막중한 업무에 비추어 행정자치부의 하위 소속 기관(2급 기관장)에 지나지 않는다. 관리체계도 미흡해 영구, 준(準)영구로 분류된 기록은 모두 여기로 이관되어야 함에도 각 부처내의 항습 항온 설비도 안된 서고에 쌓여 있는 게 부지기수다. 90%에 달하는 기록이 각급 기관의 문서 창고에 방치되어 ‘규정위반’ 상태라는 지적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기록관리 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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