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칼럼]최혜실/과학-기술에 대한 관심 돋보여

  • 입력 2001년 12월 7일 18시 06분


신문 1면에 뭔가 크게 부서져 있는 사진이 있으면 백발백중 테러 내지 그에 대한 보복전 기사이다. 심란한 마음에 다른 면을 뒤적이니, 이제는 교육이 문제다.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교육이 한국에서는 왜 이렇게 문제인지 모를 일이다. 교원 정년 문제는 자민련과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토론 끝에 유보시키기로 했단다. 기자가 논평을 하지 않고 국회의원들이 발언한 내용을 요약 정리한 보도는 좋았다. 발언의 행간에 숨은 입장을 독자가 나름대로 파악해 판단하는 것도 기사를 읽는 묘미다.

그리고 연례행사가 된 수학능력 시험에 대한 보도. 대한민국 국민의 초미의 관심사인 만큼 많은 지면을 할애하는 것은 당연하다. 분명히 난이도 조정에 실패했고, 그로 인한 큰 혼란을 수험생, 학부모, 일선 학교 교사 등 다양한 입시 관련자들의 모습을 통해 상세하게 보도했다.

신문이 입시 관련자를 가해자와 피해자로 가르고 그 피해의 규모를 대서특필하는 데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 원칙대로라면 수능시험이 쉽건 어렵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지금 입시 제도는 고등학교 내신 성적과 개인 특기의 비중을 높이는 한편 수능시험의 비중을 낮추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대학별로 다양한 평가 방법을 도입해 학생들이 고등학교 때 수업을 성실히 이수하고 자신의 적성을 살려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신문을 읽다보면 수능이 대학 진학에 절대적인 것이고 학생들이 자기 적성이 아니라 자기 성적에 딱 맞는(더도 덜도 아닌) 대학에 들어가도록 해야 하는데, 교육부 측에서는 총점 정보도 공개하지 않고 책임회피만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정부의 좋은 의도가 왜 이런 혼란을 낳았는지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심층적인 기사를 실어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었다. 그런 맥락에서 시리즈 ‘교육이 희망이다’는 좋은 기획이었다. 자기 적성에 맞는 일을 학교 때부터 찾아주고 학생들도 떳떳하게 직업 교육을 받는 미국의 교육 제도와 사회 분위기가 부러웠다.

과학문화에 대한 동아일보의 관심은 다른 일간지에 비해서 각별한 편이다. ‘과학 기술 인력이 없다’란 기획 연재물과 ‘문화재가 디지털 영상으로 부활한다’는 기사를 흥미 있게 읽었다. 특히 학생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 과학 고급 인력들의 중소 기업 기피 현상, 기술직 공무원의 차별 등으로 문제점이 폭넓게 다뤄져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원인을 짚는 데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 예를 들면 기술직 공무원이 행정 능력이 탁월함에도 불구하고 차별 받는 것인지, 기술직이 갖는 특수성 때문인지 좀더 명확히 밝혀야 했다. 참고로 제시된 표를 보면 기술직 공무원은 행정직에 비해 6∼9급에는 훨씬 적고, 3∼5급에 주로 분포되어 있으며, 1, 2급에는 다시 적어진다. 중요한 사안이므로 정확한 분석을 곁들여 좀더 크게 다루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최 혜 실(KAIST 인문사회과학부 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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