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칼럼]"한국배구계의 비애"

  • 입력 2001년 12월 6일 15시 15분


LG화재 배구단의 노진수 감독(36)이 코트로 복귀한다.

오는 22일 개막되는 수퍼리그를 준비하고 LG는 노진수 감독을 수비전문선수인 리베로로 등록, 감독 겸 선수로 뛸 것이라고 밝혔다.

현역 시절 레프트 공격수로 한국 배구를 이끌어왔던 노 감독이 현역으로 코트에 돌아오는 것은 실로 7년만의 화려한(?) 복귀.

더불어 전 국가대표 출신인 강호인 코치 역시 선수로 등록, 노 감독과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외국의 경우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38.워싱턴)이 농구에 대한 열정과 팬들의 열망 속에 현역으로 재복귀한 사례는 있다.

물론 복귀 이후 크나큰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있지만 그럭저럭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 상황.

그렇다고 LG의 노진수 감독의 컴백을 같은 맥락에서 보긴 힘들다.

그가 돌아오길 학수고대했던 팬들도 없었고 컴백을 예상했던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

노감독의 현역 복귀는 자발적이라기보단 어쩔 수 없는 팀 사정상 이루어졌다.

등록 선수 14명 가운데 크고 작은 부상으로 인해 뛸 수 있는 선수는 고작 10여명.

그것도 리베로로 등록된 선수가 아직은 기량미달로 전체적인 팀 전력을 약화시키고 있어 단행한 결단이다.

노 감독은 ‘작전 지시 등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생각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며 7년만의 복귀가 가져다 주는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그래도 노 감독과 강 코치는 다시 코트에 서야하는 불운한(?) 운명.

한국남자배구는 몇 년 전부터 꾸준히 프로화를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다.

몇 개 안되는 실업팀을 중심으로 상무까지 끌어당기면서 프로화를 실시하려 하고 있다.

그래서 작년에는 외국인 선수까지 영입해 V-코리아리그 활성화를 위해 몸부림을 쳤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한국배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LG가 이런 저런 이유로 드레프트에 불참, 선수 수급이 원활치 못한다하더라도 한국 남자배구계에서는 알아주는 명가 중 하나.

그런 팀이 제대로 뛸 선수가 없어 감독과 코치를 현역으로 복귀시켰다.

얇은 선수층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건이다.

그렇다고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여건도 갖추지 못한 한국배구의 처참한 현실의 반증.

오는 22일 배구 V-코리아리그가 시작되고 노 감독이 코트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게될 배구팬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팬들은 선수 노진수를 간만에 보게 되니 다른 스타 선수들도 보고 싶어질 것이 틀림없다.

장윤창, 이상렬, 유중탁 등 80-90년대를 풍비했던 선수들이 생각난다.

심지어는 강만수까지...

왠지 개운치 않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제공:http://www.enter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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