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외국인 폭등장세 주연…'치고 빠지기' 경계

  • 입력 2001년 12월 5일 18시 49분


반도체 경기의 조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간밤에 미국 주식시장을 끌어올리더니 5일에는 한국 주식시장을 폭등시켰다. 종합주가지수가 무려 38.41포인트나 올라 연중 최고치인 688.31로 마감했다.

폭등장의 한가운데는 반도체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날 장을 이끈 일등 공신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상한가에 올랐다. 아남반도체 디아이 미래산업 케이씨텍 등 반도체 장비업체도 일제히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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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38P 폭등 연중최고 688

이날은 하루 종일 반도체와 관련한 호재성 뉴스가 꼬리를 물었다. 미국에서부터 반도체 바람을 일으킨 것은 UBS워버그증권의 반도체 및 장비업종에 대한 분석 자료. UBS는 반도체 부문이 이미 바닥권을 통과해 회복국면에 접어들었으며 장비업종도 이제 바닥을 거쳐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서 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반도체 시장 규모가 내년부터 회복돼 2003년에는 전년 대비 29%, 2004년에는 23%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에 힘입어 장비업체인 노벨러스와 어플라이드는 각각 11%, 8%씩 주가가 올랐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6.48% 상승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내년도 투자를 확대한다는 소식이 먼저 터져 나왔다. 이어 오후에는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들이 대형 PC업체들과의 D램 고정 거래가격 인상에 성공했다는 뉴스가 날아들었다.

때맞춰 골드만삭스증권은 삼성전자의 12개월 목표가를 25만원에서 42만원으로 상향 조정했고 메릴린치는 삼성전자의 목표가격을 35만원으로 제시했다.

이 때문에 증시에서는 “외국계 증권사가 분위기를 띄우고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집중 매입하면서 지수를 올리는 모습이 왠지 약속이나 한 것 같은 모습”이라는 얘기도 나돌았다. ‘짜고 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

동양증권 김주형 과장은 “보통 상승 초기에는 연기금 등의 자금이 들어오지만 상승 말기에는 헤지펀드가 들어오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최근의 외국인 자금도 장기적인 자금이라기보다 단기적으로 치고 빠지는 자금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강세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삼성증권 김지영 투자정보팀장은 “반도체주 강세는 한국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라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표 기술주들이 그동안 조정 양상을 보인 데다 업황이 호전될 때 1등주들이 다시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이어 “지난해 하락이 시작된 시점부터 올 최저치까지의 하락폭에서 이제 50%가량 반등해 조정이 올 수 있다”면서도 “현 지수대에서 조금만 위로 발돋움해 주면 지속적인 상승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현대증권 유용석 선임연구원도 “중요한 것은 ‘오를 만한 이유가 있는’ 상승 장세라는 점”이라면서 “기술주가 이끌어 준다면 지수가 750까지는 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김주형 과장은 △조정다운 조정 없이 주가가 너무 오른다는 점 △보통 상승 초기 국면에 대장주들이 오르고 난 뒤 2등주들이 오르면서 마무리되는 패턴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 등을 이유로 현재 시장을 과열 국면으로 해석했다.

<금동근·이완배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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