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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5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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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수험장에 들어온 수험생에게 자기소개를 시킨다. 그러면 학생들은 긴장된 목소리로 자기 이름을 말하고는 하나같이 “저는 엄격하신 아버지와 인자하신 어머니를 모시고 몇 남매 또는 몇 형제의 누구…”라고 판에 박힌 자기소개를 한다. 왜 우리나라의 아버지는 한결같이 엄격하시고 어머니는 인자하시기만 한지…. 하여튼 우리 면접 교수들은 천편일률적인 자기소개를 중단시키고 수험생 본인의 얘기를 해보라고 일러준다.
▷면접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아직도 1997년의 금융위기가 수많은 가정을 어렵게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수시모집이라 더 그런지는 몰라도 유난히 결손가정, 소년소녀 가장이 많다. 그런 수험생의 얘기를 듣고 있노라면 가슴이 뭉클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아무리 경기가 나아진다 하더라도 우리 주변에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이 많음을 느끼게 된다. 형편만 된다면 모두 전액장학생으로 합격시켜 주고 싶은데….
▷올해의 수시모집에서도 과거처럼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추천이 눈에 많이 띄었다. 입시제도의 다양화를 위해 교육인적자원부가 장려한다고 해서 효행상 선행상 모범상 등등 셀 수 없을 정도의 상 가운데 하나를 달랑 들고 와서 요행으로 입학하겠다고 하니 이건 입시제도의 개선이 아니라 개악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우리나라에도 수험생들이 한 열 곳쯤 되는 대학으로부터 합격통지를 받고서 자신에게 맞는 학교를 찾아 입학하는 때가 언제나 올는지…. 말로만 수요자 중심이지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여하튼 ‘엿먹어라. 재수(再修) 없다’라는 선배들의 치기 넘치는 격문처럼 모든 수험생들에게 좋은 소식이 있기를 바란다.
윤용만 객원논설위원(인천대 교수·경제학)
ymyoon@inche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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