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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5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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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에밀레박물관은 올해 들어 거의 폐관 상태다. 1968년 박물관을 설립했던 조씨가 지난해 타계하자 전통미술을 하는 조씨 제자가 이곳을 지키면서 전통문화공간으로 재건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재정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처럼 사립박물관 설립자가 세상을 떠나면서 재정난과 무관심 등으로 인해 문을 닫는 사례가 그치지 않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각종 민속품을 소장 전시했던 서울 양재동 홍산박물관의 경우도 설립자가 1992년 타계한 뒤 지난해 문을 닫았다. 이밖에 설립자의 타계 등으로 인해 최근 10년 사이 문을 닫은 경우는 수석 전문박물관이었던 서울 세검정의 석초원박물관, 석물(石物)을 주로 전시했던 서울 청계천의 부봉미술관, 그리고 해당 지역의 민속품을 주로 전시했던 경남 진주의 진주민속박물관, 서울 을지로4가의 신성민속관, 전북 전주의 중앙회관 민속실, 충남 부여의 천일민속관 등이다.
이들 사립박물관은 작지만 독특한 색깔로 국공립박물관의 기능과 역할을 보완해왔다. 그러나 개인이 설립한 박물관이어서 경영 사정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한국박물관학회가 최근 경기 용인 경기도박물관에서 ‘사립 박물관 미술관의 역할과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고 이같은 문제를 논의한 것도 이런 심각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다.
이 학술대회에 참석한 김쾌정 한국박물관협회부회장은 “설립자는 대부분 본인의 취미와 열정으로 빚을 얻어서라도 유물을 수집해 박물관을 만들었지만 2대로 넘어가면 유물에 대한 애착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후손들이 이런저런 정황으로 박물관을 운영하기 어렵다면 지방자치단체에서 적극적으로 위탁 운영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