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게이트 개입 의혹 김은성씨 '배후' 가능성

  • 입력 2001년 12월 3일 06시 18분


김은성(金銀星)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이 ‘진승현 게이트’와 ‘정현준 게이트’ 수사 당시 국정원 부하 직원에게 1000만원을 주고 검찰 수사 상황을 파악해 보고토록 한 것은 김 전 차장이 이들 게이트의 ‘배후’였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검찰 수사 방해 및 로비〓지난해 12월 이후 정현준 게이트 수사 당시 서울지검 특수2부의 수사 검사들은 국정원 관계자들이 자신들을 미행하거나 뒤를 캔다는 등의 정보를 입수하고 긴장했다.

김 전 차장도 당시 검찰 고위간부를 직접 방문해 진씨 사건 수사 상황을 문의하기도 했다.

이에 영향을 받은 탓인지 서울지검 특수2부는 당시 장용석(張容碩) 부부장 등 수사검사들이 사표 의사까지 밝히면서 수사 강행을 주장했으나 검찰 지휘부와 갈등을 빚으면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정현준 게이트와 관련해 동방금고 이경자(李京子) 부회장에게서 김 전 차장과 김형윤(金亨允·수감중) 전 경제단장에게 각각 1000만원과 5500만원을 주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도 수사가 흐지부지됐다.

▽수사 방해 및 로비 이유〓수사 실무자들은 김 전 차장의 금품 제공 및 수사상황 파악 지시를 김 전 차장이 이들 양대 게이트에 직접 깊숙이 개입했음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증거로 보고 있다.

진씨 사건에 대한 재수사에서도 이 같은 정황이 입증되고 있다. 검찰 수사에서 전 국정원 경제과장 정성홍(丁聖弘)씨는 지난해 4월부터 진씨와 직접 ‘거래’를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정씨는 진씨 회사의 법인카드까지 받아 사용하는 등 진씨에게서 특별한 지원을 받았다. 따라서 정씨가 진씨의 직접적인 로비스트였을 가능성도 크다.

중요한 것은 정씨가 국정원 내에서 김 전 차장의 분신이나 다름없었던 만큼 진씨의 로비활동의 ‘몸통’이 김 전 차장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소환 및 처벌과 수사 전망〓국정원법 11조와 19조는 직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기관이나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김 전 차장은 부하 직원에 대한 금품 제공과 지시만으로도 직권남용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김 전 차장에 대한 수사의 ‘빙산의 일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4·13 총선 당시 여야 의원들에 대한 총선자금 제공과 진씨에 대한 금감원 감사와 검찰 수사 당시 로비 의혹 등에 대한 수사가 김 전 차장 소환을 계기로 본격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수형·김승련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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