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고개숙인 '싸움닭'…조계현 자유계약선수로 방출

  • 입력 2001년 11월 25일 18시 19분


조계현
80년대 초 군산상고를 기억하는 야구 올드팬들은 자연스럽게 조계현(37)이란 이름 석자를 떠올리게 된다.

당시 그의 투구는 대단했다. 특유의 다이내믹한 피칭폼으로 직구 같은 변화구, 변화구 같은 직구를 뿌리며 타자들을 손안에 갖고 놀던 조계현은 이미 고교야구 수준을 넘고 있었다. 프로 해태(현 기아)에 입단해서도 절정기인 93년과 94년 2년 연속 다승왕을 차지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

하지만 ‘달도 차면 기우는’ 법. ‘천하의 조계현’도 흐르는 세월을 감당할 수 없는 나이가 됐다. 올 시즌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3승5패의 초라한 성적. 팀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지만 변변한 활약조차 못했다. 삼성에서 두산으로 이적한 지난해 정규시즌 7승3패에 포스트시즌 제1선발로 활약한 것이 사실상의 ‘마지막 불꽃’이었던 셈이다.

그는 24일 두산이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제출한 55명의 보류선수명단에서 제외돼 자유계약선수로 방출됐다. 공교롭게도 군산상고 동기동창인 팀 동료 이광우도 함께 방출돼 세월의 무상함이 더했다. 조계현은 올 시즌 뒤 “앞으로도 3, 4년은 거뜬하다”며 “투수 최고령 기록을 세운 뒤 유니폼을 벗겠다”고 말했지만 속절없이 구단의 ‘사정칼날’에 희생양이 됐다. 선수생활 여부가 불투명해진 조계현은 충격이 컸던지 현재 외부와 일절 연락을 끊고 있는 상태다.

조계현뿐만 아니라 두산의 최훈재, 기아의 이호성 최해식, 현대의 김인호 이명수 등 프로야구의 노장들이 이미 구단으로부터 퇴출통보를 받았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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