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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1월 22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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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가드는 슛 찬스를 만드는 볼배급이 주임무. 슈팅가드는 정확도를 앞세운 외곽슛이 생명이고 스몰포워드는 코트를 휘젓고 다니며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슛을 터뜨린다. 또 파워포워드는 리바운드를 따내는데 주력하며 센터는 확률높은 골밑슛으로 점수를 쌓아간다.
하지만 적어도 한국 프로농구에서만큼은 이런 원론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이른바 ‘토털 바스켓볼 시대’가 온 것. KCC 이지스의 신선우 감독은 “포지션 파괴의 토털농구를 지향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기도 했다.
포지션 역할 파괴 중에서도 올시즌 가장 두드러진 점은 과거 골밑에만 몰려있던 파워포워드와 센터 등 ‘빅맨’들이 외곽으로 나와 슈터처럼 3점슛을 펑펑 꽂아넣는다.
15일 4연승을 달리던 동양 오리온스가 최대의 고비를 맞았던 LG 세이커스전. 4점이나 뒤지고 있던 동양은 경기종료 55초전 파워포워드 전희철이 상대의 허를 찌르는 3점슛으로 1점차로 따라붙은 뒤 힉스의 골밑슛으로 1점차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연승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전희철이 림을 가른 3점슛은 팀 내에서 가장 많은 5개.
21일 SK 빅스-코리아텐더전도 빅맨의 외곽포로 승패가 갈린 대표적인 경우였다. 경기내내 10점내외로 멀어져있던 코리아텐더가 4쿼터 초반 3점차까지 따라오자 센터 얼 아이크와 함께 골밑 지키기에 주력하던 조니 맥도웰이 코트 오른쪽으로 빠져나와 통쾌한 3점슛으로 상대 추격의지를 꺾어놓았다.
5시즌째 국내코트에서 뛰는 맥도웰의 변화에서 바로 국내 프로농구의 추세를 살펴볼 수 있다.
처음 한국무대를 밟은 97∼98시즌에 맥도웰은 철저하게 로포스트에서만 움직여 3점슛은 단 한 개만 기록했었다. 그러던 것이 꾸준히 늘어 지난 시즌엔 40경기에 나와 21개. 이번 시즌엔 9경기에서 벌써 6개나 기록하고 있다.
3점슛을 쏘는 빅맨 중 LG의 에릭 이버츠는 경기당 평균 2.25개로 3점슛 성공 랭킹 9위에 올라있고 코리아텐더의 마이클 매덕스도 19위로 톱20위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으며 ‘국보급 센터’ 서장훈(SK 빅스)도 외곽슛 재미에 빠져있다.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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