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스타]삼바축구의 자존심 호베르투 카를로스

  • 입력 2001년 11월 21일 18시 30분


“특별한 비결이 있냐구요. 어릴 때부터 발 바깥쪽으로 공을 차는 능력이 뛰어났고 개인적으로 슈팅 연습을 많이 한 결과죠.”

‘슈팅의 마술사’ 호베르투 카를로스(28·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시속 120㎞에 육박하는 강력하면서도 회전력이 강한 슈팅을 어느 곳에서나 골문을 향해 자유자재로 날릴 수 있는 그는 모든 것을 “연습의 결과”라고 밝힌다.

1m68의 ‘꼬마’ 카를로스는 요즘 월드컵 4회 우승에 빛나는 브라질축구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있는 대들보다.

올들어 브라질은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 남미예선에서 4위로 간신히 진출권을 따냈고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도 프랑스에 밀려 부동의 1위 자리를 내주는 등 엄청난 부진에 빠진 상태.

풍부한 인적 자원을 보유한 브라질축구가 이처럼 급작스럽게 쇠퇴의 기미를 보이고 있는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뛰어난 능력을 가진 선수들을 스타플레이어로 키워내는 브라질축구의 시스템이 붕괴된 것과 ‘신 축구황제’ 호나우두가 부상으로 뛰지 못하는게 주원인으로 꼽힌다.

이런 와중에서도 올 한해동안 꾸준히 브라질축구대표팀의 왼쪽 라인을 맡아 흔들리는 브라질축구를 지탱하고 있는 것이 바로 ‘작은 거인’ 카를로스다. 그는 올 한해 대표팀에서 단 한차례도 빠지지 않고 경기에 출전하며 흔들리는 팀을 정상 궤도로 끌어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카를로스의 실력은 그와 경기를 치러본 선수들이 가장 잘 안다. 프랑스대표팀의 주축인 세계 최고의 플레이메이커 지네딘 지단도 “카를로스야 말로 정말 위협적인 선수”라고 평가한다.

90년 브라질 우니아웅 사웅 주앙팀에서 본격적으로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한 그는 팔메이라스(브라질), 인터나치오날레(이탈리아),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에서 뛰며 명성을 쌓아왔다.

96년 애틀랜타올림픽 때 브라질국가대표로 출전한 그는 94년 미국월드컵 때는 ‘프리킥의 명수’ 브랑코와 레오나르두 등 선배들의 그늘에 가려 벤치 신세를 면치못했으나 이후 대표팀의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카를로스는 키는 작지만 근육으로 다져진 79㎏의 다부진 몸에 100m를 11초대에 달하는 스피드와 수비수 서너명은 쉽게 제치는 화려한 개인기가 장기. 특히 그의 슈팅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98프랑스월드컵을 앞두고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그가 꽂아넣은 프리킥골은 시속 120㎞의 강력한 슈팅으로 크루저미사일처럼 수비수벽을 교묘하게 비켜 골문에 들어간 것으로 역대 최고의 골 중 하나로 꼽힌다.

스페인 프로축구의 명문 레알 마드리드에서 지단과 피구(포르투갈) 등 세계적인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카를로스는 ‘연습벌레’로 불린다. 매일 팀훈련이 끝나고도 100개 이상의 프리킥 연습을 통해 슛감각을 가다듬는다.

96년 애틀랜타올림픽 동메달, 98년 국제축구연맹(FIFA) 선정 ‘올해의 두 번째(second) 베스트 선수상’, 98년 프랑스월드컵 준우승 등 최근 국제대회에서 개인적으로나 국가대표팀 일원으로 늘 정상에서 한발 물러나 있던 카를로스.

그러나 2002년 월드컵에서만큼은 그가 브라질축구의 명예회복을 일궈낼 주역임을 부인할수는 없을 듯하다.

<권순일기자>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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