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3년만에 거덜난 금강산관광

  • 입력 2001년 11월 19일 18시 39분


햇볕정책의 상징인 금강산관광사업이 3년 만에 파산에 직면했다. 사업 주체인 현대가 9월 말까지 이 사업에 투자한 액수가 약 9100억원인 데 비해 손실액이 약 6000억원에 이른다고 하니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됐는지 안타깝다. 우리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금강산관광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사업을 계속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본다.

현대측은 사업을 시작하면서 금강산 일대를 동북아의 대표적인 종합레저단지로 개발하고 해마다 50만명씩 관광객을 받겠다는 등 꿈같은 청사진을 제시했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현대아산은 일찌감치 자본금 4500억원을 소진해 버렸고 관광객 수는 3년 모두 합해봐야 40여만명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일차적인 원인은 처음부터 상식선을 넘어선 관광대가에 합의해 준 현대측의 사업구상 및 추진방식에 있다. 현대로서는 금강산관광사업이 단순한 영리사업이 아니라는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성을 검토하고 일을 추진했어야 했다. 더욱이 현대측은 사업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근거가 의심스러운 낙관론만을 내놓으며 본질적인 문제는 외면했다.

정부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정부는 시종 정경분리(政經分離)를 내세우며 민간기업의 일에 상관하지 않겠다고 해왔지만 대북사업이라고 해서 사업자가 다 망해갈 때까지 손놓고 있는 것이 정부가 취할 온당한 태도는 아니다. 더욱이 금강산관광사업처럼 대규모에다 남북 교류협력에 상징적 의미를 지닌 사업이라면 정부가 현대측과 긴밀히 조율해 가면서 사업 자체를 대북 카드로 활용할 수도 있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지금까지의 정황을 보면 금강산관광사업의 유일한 수혜자인 북측이 오히려 이 사업을 자신의 카드로 활용해온 측면이 크다. 북측이 최근 남북 경협추진위 회의를 금강산에서 열자고 고집해 제6차 장관급회담을 결렬시킨 것도 그런 예다. 앞으로 육로관광 실시 및 관광특구 지정에 이 사업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하지만 북측의 최근 행태로 볼 때 이 또한 쉽지 않아 보인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지금 같은 방식으로 금강산관광사업이 계속되는 것은 곤란하다고 본다. 남북 화해협력의 초석이 되겠다던 애초의 뜻은 퇴색해버리고 북측이 억지 요구를 하는 빌미만 제공하게 된 이상 사업을 계속할지 여부를 판단할 때가 됐다. 현대가 능력이 없다면 손을 떼야 하고, 정부도 더 이상 이 사업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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