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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1월 18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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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출범 초기에 이종찬(李鍾贊) 당시 안기부장은 부 명칭을 바꾸는 등 일대 개혁을 단행했었다. 1998년 6월에는 안기부(현 국정원)가 과거 권력기관이라는 이미지에서 국민에게 봉사하는 진정한 의미의 국가정보기관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며 창설 이래 처음으로 ‘직원 윤리헌장’도 발표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봐도 그 때의 다짐은 공염불로 끝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무엇보다 당시 안기부 개편과정에서 정보기관이 새로 개척할 분야로서 경제정보 수집에 전념하겠다던 사람들이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채 기업인들에게서 돈을 받고 다녔거나 그런 의혹을 받고 있다. 그동안 음지(陰地)에서 일은 하지 않고 양지(陽地)에만 맛을 들여온 셈이다.
최근 잇따른 보도를 보면 국정원 내의 기강 해이도 심각한 지경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정원에 특정 인맥을 중심으로 한 사조직이 있고, 보고체계 등 내부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등의 지적은 그냥 지나칠 문제가 아니다. 집권층 및 국정원 간부진은 김영삼(金泳三) 정부 시절 대통령 아들인 김현철(金賢哲)씨가 안기부 내에 김기섭(金己燮) 전 차장을 중심으로 사조직을 운영하다가 결국 감옥까지 갔던 일을 벌써 잊었는지 묻고 싶다.
정보기관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려면 무엇보다 정치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정치권 줄대기에 급급한 ‘해바라기 행태’로는 정보 업무는커녕 국민의 신뢰를 받기란 애당초 불가능하다. 특히 정권 말기에 정치권에서 차기 대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 국정원 간부들의 올바른 처신은 조직의 사활은 물론 국가 운영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그런 점에서는 정치권도 이제 정보기관을 이용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여야는 엊그제 이용호(李容湖)씨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한 특검제 법안에 합의해 국정원도 수사 대상에 오르게 됐다. 하지만 국정원은 특검제 수사와는 별개로 자체적으로 대대적인 쇄신에 나서야 한다. 얼마 전 신건(辛建) 국정원장이 국정원법 및 윤리강령 준수, 정치권 줄서기 금지 등을 지시하는 내부 지침을 내렸다고 하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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