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승헌/부산영화제 "돈이 없어요"

  • 입력 2001년 11월 18일 18시 26분


17일 폐막된 제6회 부산국제영화제(PIFF) 기간 중 부산의 바닷바람은 지난해보다 매서웠다. 그동안 부산영화제는 10월 중 열렸으나 이번에 11월 중순에 열린 탓이다. 올해 개최시기가 늦어진 것은 극장들이 추석 연휴 대목을 본 뒤 영화제측에 상영관을 대관해줬기 때문이다.

전용 상영관이 전무한 부산영화제는 이렇게 상영관을 극장에 100% 의존할 수밖에 없다. 영화제 집행위의 한 인사는 “아시아 최고의 국제영화제라는 부산영화제가 한낱 극장의 스케줄에 맞춰 일정을 조절하는 판”이라고 혀를 찼다.

14일 방한한 프랑스의 세계적인 여배우 잔 모로를 마중나갔던 한 인사는 준비된 차량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주한 프랑스 대사가 직접 영접한 이 배우를 맞은 차는 국내 연예인도 잘 안타는 2000㏄급 중형차였다. 그는 “아무리 돈이 없다지만 벤츠로 모셔도 시원찮을 큰 손님에게 의전상 적잖은 결례를 범했다”며 “부산 P호텔 관계자에게 사정사정해 잔 모로를 스위트룸에 묵게 했다”고 전했다.

14만3000여명의 관객이 찾고 해외 영화계 인사 659명이 방문한 올해 부산영화제는 숫자로는 아시아 최고 영화제로 발돋움하는 데 부족함이 없어보인다.

하지만 영화계 인사들은 입을 모아 앞날을 걱정했다. 정부와 부산시로부터 예산의 60%인 17억원을 지원받고 있으나 2년 후면 지원금이 끊기기 때문이다. 영화제 집행위는 이런 상황을 해결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비경쟁 형식으로 운영되는 부산영화제가 경쟁영화제로 도약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하지만 15일 한 자리에 모인 부산영화제 전현직 기획담당자들은 “연간 100억원은 있어야 경쟁 부문 상영작을 초청할 수 있다”며 지금과 같은 예산으로는 비경쟁영화제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산영화제가 한단계 더 발전하느냐 마느냐는 결국 돈 문제와 연결된다는 얘기다.

<이승헌 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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