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딜로이트 회계법인 "안건과 결별"…부실감시 문제 삼은듯

  • 입력 2001년 11월 14일 18시 58분


세계 5대 다국적 회계법인 중 하나인 딜로이트 투시 토마츠가 13일 안건회계법인과의 제휴관계를 청산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로버트 켐벨 딜로이트아시아태평양담당이사는 이날 “안건회계법인과 결별하고 새로 발족할 하나회계법인과 제휴관계를 맺을 것”이라며 “안건과의 제휴관계 청산은 딜로이트의 구조조정계획의 하나이며 이는 일반적인 한국 회계법인들의 관행에 대한 변화의 목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대응”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하나회계법인과 제휴를 통해 국제기준에 더욱 부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 회계사는 이번 제휴관계 청산에 대해 “딜로이트측이 외교적인 어법으로 애매하게 표현했지만 부실 회계감사로 상처를 입은 안건측과 관계를 끊고 나아가 이번 기회에 한국회계법인에 대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이어 그는 “안건이 ‘회계서비스의 품질개선’을 요구하는 이른바 ‘빅5’ 회계법인에 속하는 딜로이트와 지난 수년간 갈등을 빚어왔기 때문에 안건이 ‘빅5’중 하나와 새로운 제휴관계를 맺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국내 5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안건측은 딜로이트와의 결별로 영업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 회계법인 시장의 판도 변화도 점쳐진다.

다른 한 회계사는 “국제 자본시장에서 ‘빅5’의 감사의견을 첨부하지 않고는 회사채나 주식을 발행하기가 매우 힘들다”며 “안건과 거래해 오던 업체라 할지라도 해외기채 계획이 있는 곳이라면 새로운 회계법인 파트너를 찾으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딜로이트 본사와 계약관계를 맺고있는 주한외국기업은 앞으로도 딜로이트의 고객으로 남을 전망.

안건은 그동안 동아건설, 대우자동차, 오리온전기 등의 부실감사와 관련해 검찰조사와 법적 분쟁에 시달려 왔다. 대우그룹 계열사의 회계를 맡았던산동은작년11월 문을 닫았으며 세동은 안진회계법인과 합병됐다.

현재 국내 회계법인 중 ‘빅5’와 제휴하고 있지 않은 업체는 20여개로 이들은 해외기채 계획이 없는 중소기업들을 주고객으로 감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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